[기획 3인展(비움갤러리)] LENA 작가 일문일답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 어떤 계기로 사진(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3. 지금 하고 있는 직업과 진행 중인 일(작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입력시간 : 2019-04-18 16:42:33 , 최종수정 : 2019-05-19 11:32:49, 이시우 기자
LENA 작가


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LENA입니다.

LENA는 제 작업명으로 Liberty, Emotion, Nature 그리고 Anarchism의 이니셜을 땄습니다.

본명이 너무 촌스럽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지 않는 뜻과 이름인데다 집에서 부르는 이름은 또 따로 있어서 작업할 때의 정체성은 제가 선택하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기본으로 한 영상과 설치작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2. 어떤 계기로 사진(작업)을 하게 되셨나요?

사진을 꽤 늦은 나이에 시작했는데요,

원래는 사진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29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갔다가 후지와라 신야와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시를 우연히 보고 사진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뉴욕필름아카데미의 수업을 듣게 되었고 재미를 느껴, 조금 더 깊이 공부해 보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사진과 영상, 일렉트로닉아트에 대해서 배웠어요.

저에게 사진이란 단순히 카메라로 장면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비주얼 아트예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철학교사자격증을 땄는데요, 말로 아는 걸 설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철학적인 테마와 사회적인 요소들을 영상과 결합해서 보여주는 데 흥미를 느낍니다.

회화나 조소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카메라를 쓰는 기술을 배우는 건 시간이 비교적 짧게 걸리고 접근성이 높아서 사진을 선택했어요.

앞으로도 사진과 텍스트, 영상과 설치를 결합해서 하고 싶은 말을 계속 해나가려고 합니다.

 

3. 지금 하고 있는 직업과 진행 중인 일(작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대학원을 마치고 귀국한지 얼마 안 되어서 지금 상태는 백수고요, 과거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는 일을 했었습니다.

팔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니어서, 앞으로도 작업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했던 일을 다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딱 하나를 정해서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가 항상 관심이 있는 건 일상성과 차별,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에요.

시각적인 형태로 하고 싶은 말들을 계속 해나가고 싶습니다.

최근에 했던 작업들은 1세대 페미니스트 작가들, 버지니아 울프, 젤다 피츠제럴드, 실비아 플라스 그리고 나혜석에 대한 오마주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포트레이트와 결합시킨 작업 Yeoja A, Melts in the wall_And_I am the arrow와 필름 카메라로 순간적인 공허함이나 현실을 비틀어 낯설게 보이게 하는 작업인 Beyond Hearing을 짬짬이 계속 해나가고 있어요.

이번에 보여드릴 작업도 Yoeja A와 Melts in the wall_And_I am the arrow에서 가지가 뻗어 나온 작업입니다.

 

4. 지금 전시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이번에 보여드리는 작업은 차별과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예요. 외국에서 몇 년 거주하면서 겪었던 근원적인 불편함이 이유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머물면서 크고 작은 차별을 받게 되었는데, 제일 큰 경험이 되었던 건 그냥 기차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십대 아이들이 저에게 의자를 던지면서 “중국인은 꺼져’라고 소리친 경험이었어요.

기차가 들어오던 상황이었고 다행히 의자가 제 발밑 바로 3cm정도 옆으로 떨어진 덕분에 살기는 했지만, 만약 제대로 맞았다면 죽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죠. 상황 자체도 놀랄만하기도 했지만, 제게 더 크게 다가온 건 그 다음날 같은 과 친구들의 반응이었는데요,

중국애들은 ‘넌 중국인이 아니잖아, 그냥 무시해’라는 말로 위로했고, 영국애들은 ‘그런 짓을 하는 건 영국인이 아니고 동유럽 이민자들일 거야’라고 저를 위로했어요.

저는 이게 국적의 문제라기보다는 제가 아시안이라서 겪은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웠어요.

아무래도 현지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하는 게 아니니까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차별에 부딪히게 되는데요,

외모와 말이 현지인과 다르니까 맞닥뜨리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목격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 ‘만약에 다른 외모를 가지고 여기서 태어난 이들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였어요.

그래서 대학원을 마치고 조금 더 외국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비교적 물가가 싼 프랑스로 넘어가 머물면서 콩고-프랑스인 부모를 가진 친구, 중국-베트남 부모를 가졌지만 정체성은 프랑스인인 친구들을 만나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일상을 영상과 사진으로 담았어요.

이 작업의 또 다른 줄기는 제 일상인데요, 프랑스에 머물면서 제가 몸이 너무 아프고, 이유 없이 계속 체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수면제를 매일 먹고 소화제가 안 들어서 손을 습관적으로 따게 되었거든요.

어느 날 손을 딴 흔적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제 자신이 딱하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생에 대해 집착을 보이는 제 자신이 끔찍하게도 느껴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생이라는 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지는 게 아니지만, 그래도 받은 이상 내가 무엇인지 매순간 알아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됐죠.

그래서 손을 딸 때마다 피를 닦은 휴지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걸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면서 제 자신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계속 고민을 하게 됐는데, 벼룩시장에 갔다가 우연히 머리가 깨진 인형을 발견하고 이게 왠지 그때의 저 자신인 거 같아서 비싼 가격이었는데 구입을 하게 됐죠.

그동안 찍어온 친구들의 사진, 휴지 그리고 인형을 조합하면 7개월 동안의 제 모습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매일 충실하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설명할 수는 없고 사람이란 꽤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딱 잘라 어떤 게 어떤 거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어느 기간 동안의 내 모습을 설명하고 이걸 시각화한 자료가 모이면 언젠가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차별을 받는 나, 차별을 받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나, 불면증에 시달려서 약을 달고 사는 나, 이틀에 한 번 꼴로 손을 따는 나, 그리고 지금은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만 그러고 싶어 하지 않는 나.

거대한 담론으로 ‘인생이란 이런 거다, 인간이란 이런 존재다’라고 말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삶과 다양한 ‘나’가 있고 한 명 한 명의 삶의 일부를 휴지조각 모으듯이 모으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도 다양하고 다른 개인들을 만날 테니까요. 이 작업의 큰 줄기를 이루는 테마는 ‘세상을 사는 수많은 수의 나를 기록하고 싶다’예요.

말이 길었지만, 보시는 분들께서는 그냥 찌질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엿보는 심정으로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5. 앞으로 진행할 작업이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현재로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딱히 계획이 생각나지는 않는데요, 아마 계속 해오던 작업을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그동안 평가절하 되어왔다고 믿기 때문에 여성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계속 읽고 그 텍스트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에요.

아직 읽어야 할 자료와 책이 너무 많아서 그걸 계속 읽고 볼 예정입니다.

그리고 짬짬이 필름 작업인 Beyond Hearing을 하러 다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혼자 어딘가에 있을 때 느끼는 고독감을 즐기는 편인데요,

Beyond Hearing은 혼자 낯선 곳에 있을 때의 생경함과 고독을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긍정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작업이거든요.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 짬짬이 카메라를 들고 나갈 거 같아요.

서울은 제가 고향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사진으로 많이 남기지 않았는데, 올해부터는 서울의 곳곳을 많이 찍어보고 싶어요.

 


자료제공 : 비움갤러리(070-4227-0222 / beeumgaller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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