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주방 (유재덕 지음, 나무발전소)

입력시간 : 2019-10-10 11:52:24 , 최종수정 : 2019-10-10 11:53:38, 이시우 기자


■ 책 소개

27년차 호텔리어 셰프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책의 맛은 어떨까? 웨스틴조선호텔서울 총주방장 유재덕, 그는 칼을 내려놓을 때마다 책을 펼쳐들었다.

 

희고 높은 모자와 흰 조리복을 입은 셰프들이 뜨겁고 날카로운 기기들을 이용해 누군가의 식사를 준비하는 호텔 주방은 베일에 싸여진 공간이다. 날마다 다른 상황, 다른 조건이 주어지지만 한결 같은 맛과 서비스를 위해 주방에서는 매일의 전쟁이 치러진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에서 외길을 걸어온 중년의 셰프는 주방일 틈틈이 책을 읽고 칼럼을 썼다. 셰프가 고른 책은 대부분 음식에 관한 책이다.

 

식탁 혁명을 불러온 고추의 모든 것을 다룬 <페퍼로드>부터 음식인문학의 고전 <음식문화의 수수께끼>까지 41편에는 저자의 경험과 어우러진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가 펼쳐진다. ‘파타고니아 이빨고기’가 ‘칠레산 농어’로 이름을 바꾸고 판매량이 10배 늘었다든지, 요리의 맛은 식재료의 질에 달려 있을 뿐 요리사의 역할은 얼마 안 된다는 것 등등 미식의 안목을 키울만한 이야기다.

 


■ 출판사 리뷰

맛은 육체를 던져서 경험하는 감각의 영역이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이로 씹고, 혀로 느껴야만 한다. 하지만 맛보는 일에만 열중하면 ‘먹는 바보’ 즉 혀끝의 감각에 갇히기 쉽다. 경험에 지식과 생각을 더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거듭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독서의 필요성이다.

 

“손을 쓰는 사람들은 종종 현장 경험이 중요하지 독서가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하고는 한다. 그거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 그 많은 요리들을 모조리 실수를 통해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리는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다. 독서는 분명하고도 실제적인 경험이다.”(책_61쪽)

 

요리는 오직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일, 죽음과 대척점에 서 있는 행위가 요리라는 것!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어떤 생명은 목숨을 잃어야 하는 생과사의 아이러니를 품는 행위가 요리라는 것! 작가는 이 끝없는 모순의 세계와 독서를 연결시킨다.

 

“고작 예쁜 모양, 고작 맛, 고작 건강, 나는 그렇게 ‘고작’이라는 단어 정도로만 언급될, 그저 그런 요리사가 아니었을까? 믿음과 배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 이렇게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인간의 덕목을 담은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갈 길이 참으로 멀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책_137쪽)

 

요리사가 되고 25년쯤 되자 그는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만큼 뜨거운 열정이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본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좋은 요리사’인지 반문한다. 그 물음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결코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지금껏 평생을 요리사로 살았는데, ‘좋은 요리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나는 이 세상에 왜 존재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 더없이 치열한 자기 성찰이다. <독서 주방>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던졌던 ‘나는 좋은 요리사인가?’라는 그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요리는 특별한 것이지만, 음식은 위대한 것이다!” 저자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는 좌우명이다. 요리는 맛을 주지만, 음식은 생명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고, ‘좋은 존재’가 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이라는, 인생의 지혜를 감동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멋진 문장이다. 

 

<독서 주방>은 책을 읽으면 과연 우리 인생에 얼마나 멋진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가 독서를 통해 자신의 소소한 일상 속 모든 국면을 삶의 깨달음으로 연결해가는 풍경은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일상 독서의 효과를 이보다 더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을까? 이 시대의 독자라면 놓치지 말고 꼭 읽어두어야 할 에세이다.

 


■ 제작 노트

27년차 호텔리어&요리사 유재덕은?

대한민국 최고(最古)호텔의 음식을 책임지는 요리사로서 그의 오랜 경력 중에는 독특하고 의미 있는 경험도 많다. 특히 지난 2017년 10월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기념 ‘대한제국 황실 서양식 연회 음식 재현 행사’가 대표적이다. 대한제국 시절 고종황제가 외국공사를 접견하는 연회를 열 때 선보인 황실 서양식 연회 음식을 고스란히 재현한 행사였다. 문화재청과 배화여대 등이 함께 기획한 이 행사에서 유재덕은 헤드 셰프로서 조리팀을 이끌었다. 조리팀은 철저한 문헌연구와 고증을 거쳐 120년 전 서양식 연회 음식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이 행사는 ‘대한제국 그 비운의 역사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궁중 식문화의 명맥을 잇는다’는 취지를 훌륭하게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당시 언론과 미디어, 그리고 문화계로부터 큰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 이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헤드 셰프, 2019년 대한제국 한식 연회음식 재현 헤드 셰프로 활약하며 국내외 귀빈들의 음식을 책임졌다.

 

식품공학과 출신의 청년이 요리사가 되기까지의 우여곡절

유재덕은 조리학과 출신이 아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조선호텔에는 사무직 일반 직원으로 취업했다. 식자재 구입을 담당하면서 드나들어야 했던 호텔의 주방에서 그는 요리의 아름다움에 매혹된다. 그는 요리사가 되기로 작정하고, 자신의 보직을 주방으로 바뀌 달라고 회사에 요청한다.

1990년대 초반, 당시에는 몸을 써야 하는 요리사는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무조건 사무직이 되어야만 한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사무직으로 취업한 청년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니 다들 의아했다. 하지만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호텔의 주방장은 이 패기만만한 청년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다. 단 6개월 이내에 조리사 자격증을 따오면 주방에서 받아주겠다는 조건이었다. 결국 그는 6개월 안에 조리사 자격증을 따내 요리사의 길에 들어선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주방에 입성한 그는 어깨너머로 셰프의 언어를 배웠고, 몸으로 머리고 요리를 익혀 나간다. 유재덕은 남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오히려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 호텔의 주방에서 만난 스승과 선배 요리사들은 때론 격려도 하고, 때론 야단도 치면서 그를 이끌어 주었다. 현재 신세계 상무인 조형학 셰프는 그의 상사이자 평생의 스승이다. 그는 조리학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방에선 같은 나이대의 초보 동료들보다 훨씬 더 초보였다. 그는 책을 찾아 읽고 또 읽으며 핸디캡을 극복해가야 했다. <독서주방>에는 저자가 자신의 초보 시절을 추억하는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 이야기들을 통해 저자는 오히려 동료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했기에 더 잘 버틸 수 있었고, 더 많은 꿈을 꿀 수밖에 없었으며, 그래서 결국 더 멀리까지 갈 수 있었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가고 싶다고 말한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인간은 강점 때문이 아니라 약점을 극복하면서 더 강해지는 것’이라는 보편적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다시 책으로! 흘러내린 침으로 망가트린 책들

저자가 총주방장이 되기 이전에 호텔에서 맡았던 업무는 ‘메뉴개발’이었다. 새로운 요리를 계속 연구해야 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그는 조리법에 관한 책들은 제법 콜렉션 하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것은 ‘음식의 역사’나 혹은 ‘식재료에 관한 사회학서’ 등을 포함한 책들 즉, 음식을 모티브로 한 인문교양서였다. 이 선택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처음 읽은 책은 <마크 쿨란스키의 더 레시피-세계를 대표하는 250가지 레시피에 숨겨진 탐식의 인문학>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평생 요리사로 일하면서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음식과 요리의 신세계를 만났다고 한다. 그 충격의 여파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음 책들을 찾아 읽는다. 출퇴근 시간에, 퇴근 후에 집에서, 새벽 근무로 파김치가 된 날조차 독서를 멈출 수 없었다고. 식탁에서 책을 베고 잠드는 바람에 흘러내린 침으로 망가트린 책이 여러 권이었을 정도로 그는 읽고 또 읽는다.

 

일간지 서평 연재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우연히 출판평론가인 동창을 만나서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하다가, 그의 주선으로 신문에 서평을 연재하게 된다. 평생 칼만 잡았던 손에 펜을 들고, 글을 써야 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엔 공포였다. 결국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만 정직하게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유재덕은 자신이 읽은 책에 요리사로서의 자신의 삶을 투영했고, 자신이 인생에 대해 깨달은 것들을 써나갔다. <스포츠경향>에 월간 연재하고 있는 ‘파불루머 유재덕의 칼과 책’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이 서평 칼럼에 곧 많은 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이 칼럼은 흔히 볼 수 있는 서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박하지만, 더 없이 정직하고 진실 되게, 자신의 삶을 깊이 성찰하는 고백이기도 했다. 매달 연재되는 칼럼을 통해 독자들은 욕망 중독의 한국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중년 남성의 건강한 자기 성찰과 삶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읽다 보면 중년의 한국 남성에게, 어떻게 이렇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과 정신적 건강함이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바로 그 칼럼들을 모으고 고쳐서 나온 것이 <독서 주방>이다.

 

음식으로써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 파불루머란?

그는 직업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여러 이름 중 ‘셰프’ ‘요리사’보다 ‘음식가’ 혹은 ‘파불루머’라는 명칭을 좋아한다. 파불루머란 ‘음식물’이나 ‘영양물’을 뜻하고, 그래서 ‘마음의 양식’ 등을 표현하는 숙어에서 종종 활용되는 라틴어 pabulum(파불룸)에서 따온 단어다. 대한민국 최고(最古) 호텔의 최고(最高) 요리사인 유재덕은, 호텔 요리사로서 은퇴한 후엔 ‘음식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고가의 화려한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최고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평생토록 음식을 만들며, 음식으로써 누군가의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이 최고여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저자는 이런 존재를 ‘위대한 아마추어’, 혹은 ‘음식가’로 구분해서 부르며 존경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은퇴 후엔 그들에게 ‘요리’가 아닌 ‘음식’을 배우러 다닐 계획이라고. 유재덕이 어떤 철학을 가진 요리사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요리사가 되길 참 잘했다!

<독서주방>에는 이런 문장들이 나온다.

 

“나는 아직 ‘생명 그 자체’를 느끼는 음식을 못 만들어봤다. 맛있고 멋있고 세상 요리들을 대강 다 배우고 나면, 그때부터 ‘생명 그 자체’인 음식을 배워야 한다. 아무튼 이 끝없음이 좋다. 요리사가 되길 참 잘했다.” (책_ 94쪽)

 

음식과 요리에 대한 깊은 철학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문장이다. 저자의 이런 겸손함은 사람을 감동시키고, 나아가 반성하고 성찰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한편 사회 비판적인 모습도 있다.

 

“그러니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라는 말은 하지 말자. 인간이 먹고사는 일, 바로 그 속에는 뭔가 중요한 것이 있다. 오로지 취하는 것만이 술의 유일한 가치가 아니듯 말이다. 먹고사는 일 안에서의 조화와 균형이야말로 인생의 가치를 만든다고 나는 믿는다.” (책_151쪽)

 

한편, 미식과 탐식을 구분하는 이 대목은 세계에 대한 예리한 시각과 깊은 사유를 가진 요리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다.

 

“진정한 미식은 음식의 맛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맛을 보기 위해 달려간 시간의 밀도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충실하고 건강한 삶의 시간이야말로 탐식과 미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다. 탐식이 그저 혀끝의 감각에만 충실한 것이라면, 미식은 내 삶의 시간으로 빚어내야 하는 공감각이다. 아예 차원이 다르다.” (책_234쪽)

 


■ 저자 소개

유재덕

유재덕의 직업은 합법적인 칼잡이, 즉 요리사다. 105년 역사의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30여년 동안 일했으며, 오랫동안 메뉴개발을 담당하다가 올해 조리팀장, 즉 호텔 주방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직업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말하는 여러 이름 중 ‘셰프’ ‘요리사’보다 ‘음식가’ 혹은 ‘파불루머’라는 명칭을 좋아한다. 파불루머란 ‘음식물’이나 ‘영양물’을 뜻하고, 그래서 ‘마음의 양식’ 등을 표현하는 숙어에서 종종 활용되는 라틴어 pabulum(파불룸)에서 따온 단어다.

 

“요리는 특별한 것이지만, 음식은 위대한 것이다!” 그가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는 말이다. 요리는 맛을 주지만, 음식은 생명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그는 언제나 손에서 칼을 내려놓을 때마다 책을 집어들었다. 스포츠 경향에 독서칼럼 ‘파블루머 유재덕의 칼과 책’을 연재하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 서울 총괄 조리팀장

대한제국 황실 한식 연회음식 재현 헤드 셰프

대한제국 황실 서양식 연회음식 재현 담당 셰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담당 헤드 셰프

청와대 국민 연회 담당

 

 

■ 추천의 말

희고 높은 모자와 흰 조리복, 번들번들한 주방기기들 사이에서 칼과 불을 번쩍거리며 사용하는 셰프들을 보면 번개와 천둥을 다루는 신화 속 신들이 연상되곤 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백 년 넘은 호텔에서 30년 한 길을 걸어온 셰프 중의 셰프가 4년 간 문장으로 만든 요리다. -정재민(전 판사, <지금부터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는 것은 저자가 역설한 독서의 필요성이다. 첫째,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지만, 모든 것을 다 그렇게 배울 수는 없는 노릇, 독서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둘째,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은 무척 어렵지만, 그 일을 해내는 게 바로 책이다. 셋째, 이건 이 책만에만 해당되는데, 요리에 관해 읽을 만한 좋은 책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요리사와 비요리사 모두의 일독이 필요한 이유다. -서민(기생충학 박사, <서민 교수의 의학세계사> 저자)

 

맛은 책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영역이다. 온몸을 던져 경험해야만 그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분야다. 눈으로 보고, 코로 향을 맡고, 이로 씹고, 혀로 느껴야만 한다. 더구나 하늘에 별만큼 많은 게 음식이다. 열정적인 식도락가만이 미세한 맛의 차이를 구별한다. 하지만 맛보는 일에만 열중하면 ‘먹는 바보’가 된다. 경험에 지식과 생각을 얹어야 한다. 지식을 담는 데는 독서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다행히 음식 책은 지난 10여 년간 차고 넘치게 출간됐다. 하지만 무엇을 골라 읽을 것인가? 고민이 된다. 내 시간은 한정적이다. 이런 점에서 <독서 주방>은 수년간 미식의 경험이 촘촘한 이가 오랫동안 뜯고 씹고 음미한 책을 선별해 흥미롭다. -박미향 <한겨레> ESC 팀장 겸 음식문화기자

 

유재덕의 문장은 아름다운 식칼과도 같다. 예리하지만 온화하다. 그 어떤 것도 자르고 벨 수 있지만, 그것이 만들어 내놓는 것은 결국 따뜻한 한 그릇의 음식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향기처럼 배어 있는 그의 문장은 명품 요리처럼 독자들의 가슴을 부드럽게 움켜잡을 것이다. -김성신 (출판평론가)

 

요리사가 책을 읽고 쓴 칼럼으로 일간지 문화면을 통으로 채우자는 제안이 왔을 때,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그 큰 지면을 책임질 수 있을까?하지만 지금 나는 그의 칼럼을 게재하는 데스크가 아니라 열렬한 독자가 돼 있다. 유재덕, 그의 글은 멋있고 맛있다.

-엄민용 <경향신문> 부국장

 


■ 책 속으로

(20쪽) 나는 먹으며 계속 상상한다. 지금 저 주방의 요리사가 이 요리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 이것을 왜 만들었지? 이 맛을 통해 어떤 느낌이 전달되길 원했던 걸까? 때때로 요리사가 던진 메시지와 나의 확신이 만나는 순간이 있다.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끼리의 지극히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의사소통이랄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런 것이 있다. 훈련된 야구선수처럼, 굉장한 일체감 속에서 그는 던지고 나는 받는다. 이런 순간에는 형언하기 힘든 기쁨이 있다.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말이다. -「식탁 혁명을 불러온 고추의 모든 것」중에서

 

(25쪽) 주방은 특히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문제는 엄격함이 지나치면 마음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는 마음을 너무 쉽게, 혹은 너무 거칠게 다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다. 모든 약은 독이다.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죽을 수 있다. 서로의 몸을 지키고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오히려 사람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이 맞아야 하는 요리처럼 엄격함에도 적절함이 필요하다. -「놀라운 음식의 과학」중에서

 

(78쪽) 요리사들도 그렇다. 날마다 다른 상황, 다른 조건이 주어지지만, 한결같은 맛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그런 탓인지 좋은 요리사들은 하나같이, 매우 창조적인 동시에 매우 우직한 사람들이다. 창조성과 우직함. 어쩌면 가장 거리가 멀지도 모를 이 두 가지 성향이 동시에 구현되는 사람들, 그들이 요리사다. -「좋은 요리사는 계절과 같은 사람」중에서

 

(87쪽) ‘미장 점검’이 끝나면 주방은 곧바로 전투 상황에 들어간다. 쏟아져 들어오는 ‘빌지’를 보며 셰프는 큰 소리로 오더를 부른다. “뉴 오더! 세트메뉴-A 2개, 뉴 오더! 알라 그린 아스 수프 3개, 페페로니 피자 1개 에잇 컷! 나우 픽업.” (…), ‘에잇 컷 나우 픽업’은 ‘8조각으로 잘라 접시에 담아, 즉 요리가 완성되면 바로 접시에 담아내라’는 뜻이다.

-「요리사는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고, 세상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있다」중에서

 

(104쪽)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만큼 행복한 느낌이라는 것이 있을까? 오늘 주방에서 청년 시절을 떠올리다가 문득 떠오른 질문이었다. 연이어 든 생각은 ‘음식이란 생과 사의 아이러니를 품은 예술행위기도 하구나’였다. 살아 꿈틀거리는 문어를 찜통에 넣는 순간 든 생각이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중에서

 

(110쪽) 흔히 너무 바쁜 것을 두고 ‘혼이 나간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이 표현법은 은유일까? 직유일까? 나는 직유라고 생각한다. 너무 바쁜 호텔 주방의 5월이 지나고 나면 언제나 나는 나갔던 혼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해마다 6월이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주로 나 자신의 인생이나 길에 관한 것이었다. -「세계 최고 요리사들의 삶과 철학」중에서

 

(154쪽) 소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이라는 단 하나의 모티브를 통해 주인공의 내면적 상황은 물론이고 그들의 본능과 작품의 메시지나 작가의 무의식까지 해석한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실로 어마어마하다. 책을 읽다보면 한 점으로부터 뽑혀나온 국수 가락이 순식간에 지구 전체를 둘러싸 전부 먹을 것으로 만드는 상상이 펼쳐질 정도다. -「가을에 딱 어울리는 ‘맛, 그 지적 유혹’ 」중에서

 

(172쪽) 탐식을 강요하는 연예인 먹방, 미식은커녕 포식을 강요하는 미디어 매체들. ‘푸드 포르노’라는 기막힌 작명을 십분 이해한다. 사람들에게 부디 TV보단 책으로 먼저 음식을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다. 현혹하지 않고, 삶을 깊게 만드는 음식은 아직은 책의 식탁 위에 더욱 풍성하니 말이다. -「‘먹이’가 아닌 ‘음식’으로 깨닫는 세상 이야기」중에서

 

 

■ 차례

시작하는 말 요리사와 평론가의 슈트・004

 

제1장 식

식탁 혁명을 불러온 고추의 모든 것・018

- <페퍼로드>

놀라운 음식의 과학・024

- <왜 맛있을까>

음식 습관에 인생이 담겨 있다・030

- <음식의 심리학>

식사에 담긴 문화의 변화・034

-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먹을까?>

손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든다・038

- <딸에게 차려주는 식탁>

주방의 성차별을 향한 일침・044

- <여성 셰프 분투기>

흥미를 넘어 독자를 감동시키는 책・050

- <식사 食史>

햄버거 모양을 한 무엇은? 바로 새로운 생각・056

- <아이디어 요리하는 아이디어>

세상 제일 친절한 레시피는 어디에?・062

-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파불루머의 키친 라이브러리・070

- <갖고 싶다 이런 키친>

 

제2장 생

좋은 요리사는 계절과 같은 사람・078

- <로산진의 요리왕국>

요리사는 쉽게 국경을 넘을 수 있고,

세상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있다・084

- <음식의 말>

생명을 키우는 밥의 기억・090

- <밥 이야기>

숨겨진 맛의 역사・096

- <음식과 전쟁>

살아 있다는 것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102

- <순대실록>

세계 최고 요리사들의 삶과 철학・108

- <세기의 셰프를 만나다>

인생을 바꿀 만한 무엇이 요리라니!・114

- <어설프지만 맛있게>

대한제국 황실 연회 음식 재현행사를 마치고・120

-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

요리보다 글이 더 맛있는 글쓰기・126

- <위로의 레시피>

양은 도시락과 어머니・132

- <밥하는 여자>, <조반은 드셨수>

이라도 튼튼하면 얼마나 좋을까!・138

- <나는 어머니와 산다>

 

제3장 맛

맛술에 담긴 삶의 이야기・146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가을에 딱 어울리는 ‘맛, 그 지적 유혹’・152

-<맛, 그 지적 유혹>

밥상머리에서 듣는 옛날 이야기・156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

독서는 시간을 종이학처럼 접는 것・162

-<요리하는 조선 남자>

‘먹이’가 아닌 ‘음식’으로 깨닫는 세상 이야기・168

-<먹는 인간>

문학을 사랑한 푸주한의 책과 음식 이야기・174

-<문학을 홀린 음식들>

세계 식량 문제와 당신의 ‘노쇼’는 연결되어 있다・180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 죽는가>

아름다운 몸매를 바라는 사람에게 권하는 ‘식사법’・186

-<마흔 식사법>

치매를 보는 바르고 따뜻한 눈길・192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제4장 멋

나는 어떤 요리사로 기억되고 싶은가?・202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김정은 위원장 담당 요리사에게 권하는 책・208

-<음식을 처방해 드립니다>

‘분자요리’와 ‘분자미식’・214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자연이 그대로 있기를 원하는 기도・220

-<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진정한 고수는 세상의 평범 속에

자신의 영혼을 절여 넣는다・224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

상사병마저 고쳐주는 ‘나의 부엌’・230

-<손때 묻은 나의 부엌>

식탁은 인생 교실이다・234

-<질문이 있는 식탁 유대인 교육의 비밀>, <그레인 브레인>

요리를 놀이로 만드는 레시피・240

-<마크 쿨란스의 더 레시피>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누군가의 음식을 준비하며・246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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