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잠시 숨고르기 할까요』 작가 인터뷰

류순희 작가



1. 이 책의 제목 『잠시 숨 고르기 할까요』는 어떤 의미에서 비롯되었나요?

 

우리는 늘 더 빨리, 더 많이, 더 멀리 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곁에는 누가 함께 걷고 있는지조차 잊기 쉽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숨 고르기’는 삶을 멈추거나 현실에서 벗어나자는 뜻이 아닙니다. 잠시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지나온 길과 곁의 사람들을 돌아본 뒤,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입니다. 바쁜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작은 벤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정했습니다.

 

2. 책에 담긴 글과 감상은 일상의 어느 순간에서 출발했는지 구체적인 배경이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글은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호를 기다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바라보던 순간, 공원 벤치에 앉은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을 본 때, 병원 주차장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쓰레기를 줍는 사람을 만났던 일 등이 글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던 김, 장작불, 얼어붙은 겨울 강, 어머니의 손길처럼 유년의 기억도 중요한 바탕이 되었습니다. 남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작은 장면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아 있을 때, 그 장면 속에 담긴 사람의 삶과 시간을 들여다보며 글을 쓰게 됩니다.

 

3. 글을 쓰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태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표정과 걸음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월과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되 지나치게 캐묻지 않고, 말하고 싶은 만큼 기다리며, 그 사람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합니다. 제 글에서 사랑은 거창한 희생이 아니라 누군가의 느린 걸음에 내 속도를 맞추는 일입니다. 소유와 욕심은 내려놓더라도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만은 끝까지 남겨 두고 싶습니다.

 

4.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어떤 느낌이나 변화를 경험하기를 바라시나요?

 

이 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자신의 걸음을 잠시 늦추어 보았으면 합니다. 너무 바쁘게 지나오느라 보지 못했던 가족의 얼굴,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장을 덮은 뒤 세상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전보다 조금 천천히 걷고 누군가를 한 번 더 기다려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지친 마음에는 작은 위로가 되고, 다시 살아갈 힘이 필요한 분에게는 따뜻한 숨 한 모금이 되기를 바랍니다.

 

5. 글 한 편을 쓰는 과정은 보통 어떻게 진행되나요? 영감, 구상, 수정 순서가 궁금합니다.

 

먼저 어떤 장면이나 말, 소리가 마음에 들어옵니다. 겨울 강이 갈라지는 ‘쩡’ 소리나 늙은 소의 워낭소리, 장작이 타는 소리처럼 감각적인 기억이 글의 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 장면을 메모해 두었다가 왜 그것이 오래 마음에 남았는지를 생각합니다. 이후 그 안에 담긴 사람의 사연과 삶의 의미를 따라가며 초고를 씁니다. 초고에서는 감정을 충분히 꺼내 놓고, 수정할 때는 불필요한 설명과 반복을 덜어냅니다. 마지막에는 제 생각이 앞서서 인물을 가리지는 않는지, 독자가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여백이 남아 있는지를 살핍니다.

 

6. 작가님은 시도 많이 쓰시는데, 글쓰기 스타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제 글쓰기의 중심에는 ‘이미지와 여백’이 있습니다. 어떤 기억은 산문으로 사연을 충분히 풀어내야 하지만, 어떤 감정은 설명하기보다 짧은 이미지로 남겨 둘 때 더 오래 울립니다. 그래서 산문을 쓰면서도 물빛, 별, 낙엽, 바람, 꽃과 같은 시적인 이미지를 자주 활용합니다. 추상적인 생각을 생활 속 사물과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게 여깁니다. 사랑은 솥의 온도나 장작불이 되고, 희망은 솟대 끝의 새가 되며, 삶의 균형은 천막 위에 조금 남겨 둔 빗물의 무게가 됩니다. 독자가 의미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눈앞의 한 장면처럼 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7. 책 속 여러 글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표제작인 「잠시 숨 고르기 할까요?」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여러 사람의 걸음에서 한 사람의 생애를 바라본 작품입니다. 당당하게 걷는 젊은이,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든 중년 여성, 신호 안에 길을 건너려고 종종걸음을 옮기는 노인의 모습에는 우리 모두가 지나왔거나 앞으로 지나갈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노인이 무사히 길을 건널 때까지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려 주는 장면은 제가 바라는 세상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한 편에 책 전체의 주제인 느림과 기다림, 배려와 동행의 마음이 잘 담겨 있어 더욱 소중합니다.

 

8. 글을 쓰며 겪었던 어려움이나 고민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점은 다른 사람의 삶과 상처를 글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선의로 쓴 글이라도 누군가의 아픔을 지나치게 드러내거나 연민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사연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고 많이 고민했습니다. 또한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만 그것이 직접적인 교훈이나 설명으로만 읽히지 않도록 조절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삶의 어두운 면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남아 있는 인간의 존엄과 선한 가능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글을 쓸 때마다 마주하는 고민이었습니다.

 

9.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나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삶은 서두른다고 먼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속도로 계절을 건너며 자신의 삶을 완성해 갑니다. 때로는 욕심과 집착을 흘려보내야 하지만, 사랑과 믿음, 희망과 선한 마음만은 끝까지 남겨 두었으면 합니다. 너무 빨리 걷느라 지쳤다면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십시오. 그리고 지금 내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 바라봐 주십시오. 서로의 느린 걸음을 기다려 주는 그 마음이 우리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10. 앞으로의 창작 계획이나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앞으로도 사람과 자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그 안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글을 더 써 나가고 싶습니다.

주변에서 마주하는 일상 속 사람들의 겉모습보다는 그 내면의 모습을 고요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 담긴 진실을 글로 담아내고자 합니다.

특히 시골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일상을 한 편씩 써 내려가고, 그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사람 냄새가 나고, 소박한 일상 속에서 삶의 깊이와 문학성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것이 앞으로의 창작 방향입니다.

작성 2026.08.13 14:05 수정 2026.08.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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