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집 제목을 『그냥 여여하게』로 정하셨습니다. 시인께서 말씀하시는 ‘여여하다’는 어떤 삶의 상태이며, 이 제목에 담긴 특별한 뜻은 무엇인가요?
⇒나에게 닥쳐있는 삶을 거부하지 않고, 그냥 순응하며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욕심부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한다.
2. 이번 시집에는 여행길, 버스와 전철, 병원, 시장, 찻자리처럼 일상의 공간이 자주 등장합니다. 평범한 생활의 한 장면이 시가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시가 되는 순간은 따로 정해진 것은 없고요, 늘 곁에 있다고 봅니다.
3. 「내 나이가 어때서」, 「빈자리」, 「검진 결과」, 「반쪽 눈으로 보는 세상」 등에는 나이 들어가는 몸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께서는 노년은 상실의 시간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발견의 시간인가요?
⇒새로운 발견의 시간입니다. 많이 부끄러움도 없어지면서 뻔뻔함이 늘어가는 시간입니다. 손을 뻗으면 주위에서 항상 도와주는 친절함이 있습니다.
4. 몸의 불편함이나 외로움을 다루면서도 작품 곳곳에 유머와 익살이 살아 있습니다. 힘든 현실을 웃음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시인 특유의 성격 때문인가요, 아니면 살아오며 터득한 삶의 방식인가요?
⇒원래 긍정적인 성격입니다. 제가 등장하는 곳이면 늘 웃음꽃이 핍니다.
5. 「엄마와 국숫집」, 「둥지와 엄마」, 「꼬부랑 할미」 등에서 어머니는 음식과 장소, 몸의 기억을 통해 되살아납니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어떤 존재이며, 어머니를 시로 쓸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나에게 사랑을 주신 분입니다. 같이 동행을 하면 남 앞에서 딸을 칭찬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때그때 틀립니다.
6. 「말 없는 이별」, 「수장」, 「눈물이 배웅한다」처럼 죽음과 이별을 다룬 작품들이 인상적입니다. 떠나간 사람을 시로 불러내는 일이 시인께 어떤 위로나 의미를 주었나요?
⇒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사람, 저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아쉬움.
7. 시집에는 곰국, 부대찌개, 국수, 떡시루, 시루떡처럼 음식이 자주 등장합니다. 시인에게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가족과 사랑, 기억을 이어주는 매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친구 간의 끈끈한 우정, 작가로서 나이를 초월한 동등함, 쇠잔하신 엄마를 보는 딸의 애잔한 마음.
8. 「국수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라는 제목은 매우 독특하고 정겹습니다. 이 작품은 어떤 인물과 경험에서 출발했으며, ‘국수’와 ‘그림’을 연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모시고 나와 점심을 먹는데, 병원 그곳에서 밥만 드시니까 술술 쉽게 넘어가는 국수를 드시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갈 식당이 병원 근처에는 없어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젓가락질이 서툴다 보니 자꾸 앞치마에 흘리시는 바람에, 손으로 집을라치면 뭉개지고 또 떨어뜨려 하나의 그림이 됩니다.
9. 「얕은 앎이다」에는 책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자연과 생활을 통해 지혜를 터득한 옛 어머니들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께서는 삶에서 얻은 앎과 책에서 얻은 앎 가운데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 삶에서 얻은 앎이 더 정겹고 지혜롭습니다.
10. 이 시집을 모두 읽고 나면 결국 ‘늙어간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일이 아니라, 여전히 웃고 사랑하고 움직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이 『그냥 여여하게』를 덮은 뒤 어떤 마음을 간직하기 바라시나요?
⇒그냥 평범한 생각을 가졌으면 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삶을 사시기를 바랍니다.
11. 이 시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지금의 박수여 시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 한 편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국수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엄마와의 다정한 모습, 내가 살아있는 날까지 기억하고 싶습니다. 따로 현대적 미술감각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생각 밖으로 해낼 수 있는 엄마의 모습과 그것을 발견하는 딸의 눈빛. 멋있지 않나요?
12.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면 알려주세요.
⇒ 일상이 되어버린 시 쓰기. 그냥 여여하게 살아있는 그날까지 시를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