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서점의 책 권수만큼 다양한 저자들이 있다 (3)

이시우 기자

작성 2020.02.26 13:14 수정 2020.02.26 13:14

세상에는 서점의 책 권수만큼 다양한 저자들이 있다 (3)

 

대부분의 저자가 그렇기는 하지만 인문도서의 저자들은 대화를 좋아한다. 모름지기 인문학의 기본은 사유와 토론이 아니던가. 그래서 이 분야의 저자를 만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진행 중인 책의 코멘트에서부터 유사도서, 경쟁도서, 핵심저자들의 근황, 출판계 동향, 최근 시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저자들이 쏟아내는 관심사에 부응하려면 평소에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저자들이 만나자마자 알아서 얘기를 술술 풀어놓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부분 말이 없다. 낯가림도 심하다. 그러다 보니 계약하려고 만나서 정말 도장만 찍고 헤어진 후배도 있었는데, 이는 저자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저자들의 대부분이 충만한 지식을 어떻게든 풀어내고 싶어 한다. 다만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이 부분을 잘하면 저자와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미팅을 하다보면 그리스신화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문화유전자 밈을 넘어 인간사회의 가치관 형성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퍼져나가, 점심 먹으려고 만났다가 막차 타고 귀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다보니 심리적, 육체적 한계로 자주 만나기에는 업무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게다가 모름지기 저자라면 말이 아니라 글로 표현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을 잘하고 좋아하는 저자를 만나 일이 술술 풀리겠다고 여긴 것은 착각, 만남만 즐거웠지 2년이 지나도록 원고를 내놓지 않아 메일로 매번 구지가를 불러야만했던 저자도 있었다. 또 책 판매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부담스러울 때도 많으니 적절히 밀땅을 해야 한다. 이 분야의 저자들이야말로 발굴의 기쁨도 큰데 최근 들어 빈익빈 부익부가 첨예해지고 있어 아쉽긴 하다.

 

책을 만들면서 저자에게 많이 배운다

편집자가 아무리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해도 모든 분야를 다 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책을 만들면서 주식을 보는 눈, 투자법을 배우고, 철학사 책을 만들면서 철학의 흐름과 각종 철학용어를 섭렵한다. 간혹 편집자들이 자신이 만든 책의 내용을 다 익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편집자의 관심은 ‘익힘’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들려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지식총량의 법칙이라고, 편집자들은 책으로 출간되는 순간 다음 책을 위해 만든 책 내용의 대부분을 기화시킨다.

물론 저자에게 배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를 격려하고 이끌기도 하며 자신의 저자가 더 나은 글을 쓰고, 더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홍보하고 때론 채근하며 닦달하기도 한다(최근에는 저자뿐 아니라 번역자, 외주자들에게도 페이스북을 하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낸 저자가 그 이후 어떻게 커가는지 지켜보다 보면 책 한 권을 쓰는 것이 가진 힘을 절감한다. 정말이지 ‘모든 것은 책 한 권에서 시작하였다’라고 표현할 만한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지인들에게 저자가 되기를 강권하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그 좋은 천국을 나 혼자 맞을 수는 없으니 같이 가자고 전도하는 마음이랄까.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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