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는 설득과 소통의 달인 (2)

이시우 기자

작성 2020.04.22 13:25 수정 2020.04.22 13:25

편집자는 설득과 소통의 달인 (2)

 

원활한 소통의 기본은 믿음과 신뢰

이 원고, 제대로 읽으신 거 맞아요? 꼼꼼하게 읽고 다시 얘기하면 좋겠어요.”

십여 년 전, 저자가 불쾌한 어조로 나에게 했던 말이다.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진땀이 나는 것 같다. 당시 내가 제안한 수정안은 괜찮았다. 하지만 수정을 해야 한다는 말에 이것저것 묻던 저자가 원고를 제대로 읽었냐고 기습적으로 한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1차 입고된 초고였고, 러프하게 검토했지만 원래 기획안과 다른 부분이 바로 파악됐기 때문에 그날의 회의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저자와 논쟁을 벌인 경험이 적었던 탓에 저자의 말에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다 허둥지둥 회의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날 밤 밤새워 원고를 다시 읽으면서, 원고를 수정해야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저자가 원망스럽고, 꼼꼼하게 준비를 하지 않은 채 미팅을 한 나 자신이 한심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생각해보니, 그날의 가장 큰 실수는 원고를 제대로읽지 않은 게 아니다. 수개월 동안 고생해서 쓴 원고에 담당 편집자인 내가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는 그날 저자를 만나 가장 먼저 원고의 장점과 그간의 고생에 대해 진심으로 말해줬어야 했다. 그리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대신 더 좋은 원고를 위해 보완할 부분을 제안했어야 했다. 저자와 같은 마음으로 이 원고에 애정이 있고, 무엇보다 잘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믿음을 먼저 줬어야 했다는 말이다.

소통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한다는 것은 아주 피곤하고 어려운 일이다. 의도를 파악해야 하고, 계속 의심을 하게 되니 말이다. 흔히 업무적인 관계에서 신뢰란 뛰어난 능력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적으로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그것도 무시할 수 없긴 하지만, 소통하는 서로를 믿고 신뢰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

Copyrights ⓒ 북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시우기자 뉴스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