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37화 도둑

입력시간 : 2018-10-25 12:00:23 , 최종수정 : 2019-04-20 15:48:27, 이시우 기자

[최영찬의 두루두루 조선 후기사]

 

제37화 도둑

 

법에서는 범죄 중의 하나로 절도를 금하고 있습니다. 성경에도 도둑질 말라는 계명이 있듯이 모든 윤리에는 도둑질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면 통치기관에 대한 불신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도둑 심뽀라는 것이 있으니 도둑질이라는 작은 노력으로 많은 먹이를 얻고자 하는 생명체의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윤리로, 법으로 도둑질을 못하게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흔들리면 도둑은 언제나 얼굴을 들이밉니다. 약자를 괴롭히며 부를 쌓은 자들의 재물을 훔치면 통쾌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이 도둑이 약자에게 약간의 재물을 나눠주면 금세 의적(義賊)으로 칭송을 받습니다.

도둑은 우선 굶주림으로 생명을 이어가지 못할 때 저지르는 것이 제일 많고 기존 체제에 저항해서 저항하는 의식 있는 도둑도 생겼습니다. 밤에 몰래 들어가서 재물을 훔치고 매화를 그려놓고 홀연히 사라지는‘일지매’나‘아래적’처럼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활동하는 도둑이 있는가 하면 홍길동이나 장길산처럼 떼를 지어 활동하는 군도도 있습니다. 이런 떼도둑을 명화적(明火賊)이라고 하는데 부잣집을 턴 다음에 근처의 집에 불 질러 불을 끄는 동안 도망치는 시간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숙종 때의 장길산은 역모사건에 연루된 적도 있고 연산군 때 활동했던 홍길동의 활빈당(活貧黨)의 이름을 이은 화적들도 있습니다. 이들의 조직은 절대 비밀이었기에 훗날 약간의 기록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아래적(我來敵)이라는 도둑이 있었는데 도둑질을 하고 나면 아래 즉 내가 왔다 이렇게 쓰고 가버렸습니다. 애꿎은 사람이 붙잡혀 괴로움을 받지 않게 하려는 것인데 그가 훔친 물건을 팔다가 포도청에 붙잡히게 됩니다. 혹독한 심문에도 끝내 부인했지만, 며칠 후에 처형되게 되었습니다. 그는 옥을 지키는 옥리가 가난하지만, 효자인 것을 알고 미끼를 던집니다.

“이보시오, 나는 이제 며칠 후면 죽게 되니 훔친 재물이 필요 없소. 우리 집 구들장 밑에 돈을 숨겨놓았으니 그것으로 부모님께 효도하시오,”

옥리가 긴가민가하다가 밑져야 본전이라고 가서 보니 정말 돈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옥리는 아래적에게 고맙다고 인사하자 그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니 하룻밤만 풀어달라고 애원합니다. 한참을 망설이던 옥리는 약속을 믿고 풀어주었습니다. 몇 시간 뒤에 새벽이 되자 아래적은 스스로 돌아와 옥에 갇혔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무죄로 석방되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옥에서 풀려나간 아래적은 포도대장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고는 아래(我來)라고 쓰고 나왔습니다. 그러니 도둑을 맞은 포도대장은 옥에 갇힌 도둑이 아래적이 아니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알리바이를 조작한 것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김구 선생이 인천 감옥에 갇혔을 때 활빈당수 김진사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조선말에 활빈당 도둑이 기승을 부렸는데 이들은 부유한 양반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 재물을 가져오게 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들어가 재물을 강탈했습니다. 돈은 가져가고 운반이 어려운 쌀은 가난한 동네 사람에게 나눠주어 의적이라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들의 조직은 치밀해서 입당하는 것 자체가 엄격했습니다. 배신하지 않을 품성의 인물을 골라 여러 번의 테스트를 통해 선발하는데 만약 포도청에 붙잡혔을 때 입을 열려고 하면 내통하는 포도청 내의 관리에게 죽임을 당하는 등 치밀한 방법으로 조직을 운영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장례행렬을 가장하고 시장에 들어간 다음에 화승총으로 위협해 시장을 봉쇄하고 상인들의 재물을 강탈하는 등 대담한 수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또 조정의 관리로 위장해서 검문을 피한 다음에 관아를 습격해 백성을 괴롭히는 사또를 죽이는 등 저항적인 일도 했습니다. 가끔 산적 짓도 하던 당취(땡초) 스님들이 염탐꾼과 연락책을 만들어 이들과 연합작전을 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도둑이야기는 재미있는 설화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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