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성 한하운 선생의 뜻을 기리는 『계간 한운문학 13집 - 보리피리 봄호』가 발간되었다.
시성 한하운 선생에 대한 권두특집과 ‘보리피리 문학상’ ‘신인 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수상작을 실었다. 또한 회원들의 시, 수필, 소설, 평론 등 다양한 작품이 수록 되었다.
<저자 소개>
이기철 – 한하운 문학회 회장
<목 차>
발간사
권두특집
초대시
제 1회 보리피리 문학상 수상소감.추천사
제6회 신인문학상 수상소감,수상작, 추천사
회원 시
회원 수필
회원 소설
편집후기
<책 속으로>
어디에서 무엇을 하다 왔나 묻지 않으련다
4년마다 4월이면
반복되는 그 약속
이제는 지킬까, 노력할까?
기대하며 인내한 시간
수취인 반송 불가 인물들 널브러져
가득히 반송함에 집을 짓는 선거철
창턱까지 진을 치고
짝을 부르는 때까치들
절대로 그 헛된 약속 믿지도 않으련다
-시, 김명숙 “4월의 세레나데” 전문
이어 어머니는 큰소리로 울부짖는 절규와 함께 나를 안고 나가시더니, 동생과 조카한테 밭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빨리 모시고 와라! 형 죽는다!”며 어쩔 줄 몰라 하셨다. 금방이라도 쓰러지실 듯 허둥대시던 어머니는 부엌에서 녹두 한 그릇을 퍼 오시더니 물을 조금 붓고 단숨에 걸쭉하게 절구에 빻아, 나에게 반 강제로 그릇째 들이키도록 하고, 손가락을 내 입속에 넣어 억지로 토하도록 하셨다. 영문도 모른 채 겁에 질려 놀란 나는 공포감 속에서도 울렁거리는 뱃속의 신물, 똥물까지 토해내는 고역을 감내해야만 했다. 생녹두를 갈아 먹이면 위 속에 있는 이물질을 토하게 한다는 걸 어머니는 알고 계셨다. 지금에야 알았지만 녹두에는 해독작용이 강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 하니 새삼 어머니의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쥐약이 묻은 고구마를 반대쪽부터 내가 먹었고, 정작 쥐약이 묻은 쪽은 다행히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 귀한 집에 아들 하나 잃을 뻔한 어머니의 절박했던 한숨과 식구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했던 그때 일 때문에 그 이후, 지금까지 나는 고구마를 그렇게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없다. 아무리 맛있는 밤고구마라고 누가 유혹해도 그때의 선입견 때문에 맛있게 먹지 못하고 인사치레 정도로만 먹는다. 요즘 아들 녀석이 고구마를 참 좋아해서 간식으로 먹는 걸 보며, 유년시절 나의 모습이 그 녀석에게 담겨 있는 것 같아, 그때의 잊을 수 없는 아픈 추억과 함께 날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녹두를 갈아 먹이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새삼스레 떠올려보곤 한다.
-수필, 권오생 “씨고구마의 아픈 추억, 다시 꺼내다” 중에서
“왜 선원들이 저렇게 예쁜 여자가수와 사귀지 않니?”
“선장님 클레아는 아주 콧대가 세서 아예 우리를 상대하지 않아요. 아직 고객이 무언지도 모른 풋내기 가수입니다. 꽃을 밤마다 많이 받은 것은 뛰어난 미모 때문일 겁니다. 아마 가수를 시작한지가 1년쯤 되나 봅니다.”
“너도 기관장이 클레아를 좋아한 것을 알지?”
“기관장이 아마 헛물을 들이킬 겁니다. 클레아는 아직 남자를 몰라요. 남자라면 아예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어떤 땐 클레아가 꼭 백마처럼 보여요. 가까이 가는 남자마다 발로 사정없이 차 버리거든요. 기관장이 발로 채일 것은 뻔한 일입니다.”
여자와 거리를 두고 있어도 마음에 든 여자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하면 나는 가끔씩 꽃을 주곤 했다. 그 중에 클레아도 끼어 있었다. 아름다운 클레아에게 꽃을 주며 손을 잡아보는 것도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대부분 여자가수들은 손님이 꽃을 주면 악수를 해주었다. 꽃을 주어 고맙다는 표시인 것 같았다. 내가 앉아 있으면 클레아가 싱긋이 웃었다. 꽃을 줄 사람이 와 반갑다는 그러한 표시였다.
음식점마다 종이로 만든 여러 꽃을 입구에서 팔았다. 술을 마시다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를 하면 그 종이꽃을 사서 목에 걸어준다. 클레아는 언제나 많은 꽃을 고객으로부터 받는다. 뛰어난 미모가 그러한 위치로 끌어올려 놓은 것 같았다. 음식점이 문을 닿을 때 여자가수는 그날 밤 고객으로 받은 꽃값의 절반을 현금으로 받는다고 했다. 이미 클레아는 일본차에 운전사를 둔 부자가수가 되어 있었다.
토니는 늘 클레아에게 박대를 받는다. 많은 꽃을 사서 주어도 클레아는 고개를 돌리고 웃지도 않는다. 토니는 처음부터 몸에 열을 받고 있다. 무시에 대한 것이 더욱 그를 목이 타게 했다. 어떻게 클레아 주소를 알아내 클레아를 찾아가기도 했다. 이미 그의 마음에는 클레아가 크게 못으로 박혀 있었다. 나는 선원들을 통하여 토니가 클레아 집 앞에서 울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창피한 일이었다. 토니를 직접 따라 간다는 것이 좀 어색하여 어물쩡 하고 있을 때 1항사가 나를 찾았다.
“선장님, 기관장이 클레아 집을 찾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나도 들어서 대충 알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찾아다닌 것이 무슨 잘못이니?”
1항사는 내 말에 더욱 화가 난 듯 말을 쏟아 붇는다.
“클레아가 선물을 싫다고 하면 그만 두어야지 않겠어요? 클레아가 선물을 밖에 던져버리면 그냥 집을 떠나야 하지 않겠어요? 울기는 왜 울어요? 그것도 엉엉 소리를 내어서 말입니다. 나는 창피하여 얀곤 시내를 다니지 못하겠어요. 선장님, 무슨 조치를 취해주십시오.”
그것은 개인적인 일이다. 기관장이 여자 집에 가서 운다는 것을 내가 어떻게 할 것인가. 1항사의 건의도 타당한 것이기는 하다. 이것은 내가 풀어야 할 일이기도 하다. 한참 침묵을 지키다 1항사에게 한마디 한다.
“내가 기관장을 따라 일단 클레아 집에 같이 가보겠다. 그리고 길을 찾아보겠다.”
“다음에도 기관장이 그러면 본사에 탄원서를 제출할 겁니다. 이미 전 선원들이 동의했어요. 기관장이 그런 것을 우리는 앉아서 볼 수 없어요.”
- 소설, 신강우 “꽃의 사랑” 중에서
<출판사 서평>
시성 한하운 선생의 뜻을 기리는 『계간 한운문학 13집 - 보리피리 봄 호』에는 한하운 문학회 회원들의 다양한 작품과 한하운 선생의 “보리피리”에 대한 정신이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