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공감(최현숙, 정윤수, 이근후 공저, 정한책방)

저자 소개

차 례

책 속에서

입력시간 : 2019-01-30 10:19:27 , 최종수정 : 2019-01-30 10:19:27, 이시우 기자


★★ [나이 듦 수업] 시즌 4, “시니어와 함께하는 공감의 향연” ★★★

 

“나이란 과거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제일 늙은 나이이고,

미래를 기준으로 하면 오늘이 가장 젊은 나이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노인들이 처한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통계 수치들이 있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율 1위, 노인 자살률 1위, 쉬고 싶어도 일해야 하는 노년 1위’라는 수치들이 그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말이 맞아 떨어지듯 대한민국에서 노인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웃사이더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이는 물론 노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인지하고서 뒤돌아보면 한국 사회에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나 낯설고, 너무나 외롭고, 너무나 두려우면서 동시에 버거운 일이다. 청춘과 함께 살아가고 싶지만 무시당하기 일쑤고, 중장년층 역시나 노인들과 쉽사리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책 《노년 공감》은 이러한 세대 간 단절과 거리감을 좁히고자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지난 2014년부터 노력해온 프로젝트의 네 번째 결과물이다. 나이 듦의 의미를 헤아려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문제와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노년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시작한 ‘세대문화 인문대중강좌’의 결실 중 하나인 것이다. 이미 《나이 듦 수업》 《선배 수업》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라는 단행본을 통해 노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왔다는 점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이번 도서의 발간은 그 의미와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저도 노년의 삶은 처음이라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노년 공감》은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여성주의생애사연구소 소장 최현숙, 문화평론가이자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 정윤수,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 이사장 이근후, 이렇게 3명의 시니어 멘토가 참여하여 강연 내용과 자료를 엮고, 현장의 청중들에게 받은 질문을 보탠 책이다.

 

1장은 ‘평등한 노년의 삶을 위하여-가족의 재구성, 관계의 재구성’이라는 주제로 압축적 근대 역사를 살아온 시니어 세대의 역사와 가족 변천 과정을 최현숙 소장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있다. 가족의 변화 속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를 통해 가족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동시에 산업 사회에 접어들면서 서구 사회에서는 200여 년에 걸쳐 진행된 가족 형태의 변화를 한국 사회에서는 불과 10~20년 사이에 정의 내리려 하기에 숨 막히는 변화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가족 간의 관계에 대해 섣부르게 정상과 비정상,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도덕적으로 재단하려 들기보다 먼저 상황의 차이, 맥락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함을 최 소장은 강조한다. 성별, 연령대별로 경험하는 세계의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 다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며, 앞선 세대로서 가르칠 수 없고 도와주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노년 세대가 어떻게 적응해 나가야 하는지를 객관적인 지표들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살기 좋은 노년’을 위해 ‘나이 듦’을 어떻게 마중할 것인가에 대해 제시하는 방향성 역시 정책적 관점이 아니라 노년의 삶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사항들로 나열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거대한 도시와 노인의 새로운 삶’이라는 주제로 2장을 소개하는 정윤수 평론가는 ‘어떻게 노년의 삶을 인간적으로 보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20세기 말에 이르러 현대 인류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는 흐름으로 인해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패턴을 밟아왔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거대 도시와 노인의 삶이 학문적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복지 정책의 주요 대상이 된 것이 오래지 않은 현실이라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거대한 도시 공간에서 홀로 살아가게 될 노인 단독 가구의 삶이 과연 스마트한 첨단 기계 장비를 거주지에 몇 개 더 장착하는 걸로 인간적으로 영위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묻는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도시 재생이 아니라 그곳에 살았던 인간에게 뿌리를 둔 문화와 역사에 착근하는 도시 재생을 통해 노인 문제를 바라봄으로써 ‘기억’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근후 교수는 3장을 통해 ‘시니어가 시니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소박한 목소리로 풀어낸다. ‘나이 듦’이라는 단어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며, 살아가는 현재의 행위이자 언젠가는 살아갈 일상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노년의 삶은 살아온 관성에 의지하여 살아가기 마련인데, 그와 같은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를 기준으로 오늘을 가장 젊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습관이 몸에 배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스마트 에이징(SMART AGING)’이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Simplifyng(단순하게 살자)’, ‘Moving(무조건 움직이자)’, ‘Affecting(자극을 즐겁게 받아들이자)’, ‘Relaxing(충분히 휴식하자)’, ‘Together(함께하자)’를 외치며, 이는 단지 노년에게만 어울리는 말이 아니라 ‘나이 듦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모두에게 어울린다고 강조한다.

 

 

초고령사회, 100세 시대, 조기은퇴, 노인빈곤율, 쉬지 못하는 노인비율 등…

‘불안한 나이 듦’ 속에서 ‘살기 좋은 노년’을 만들어나갈 고민, 지혜 그리고 공감

 

늙음과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만은 예외일 것이라 믿고 싶어 한다. 누구나 나이는 들지만, 결코 늙지 않을 것이라 고개를 흔들고 싶어 하기도 한다. 장수가 미덕을 넘어 의무가 되어버린 오늘날, 늙는다는 것이 개인으로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팩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로 늙는다는 것은 마치 패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분명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는 진리이다. 이는 숨을 쉬는 것과 다름없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노년 공감’이란 단순히 한 개인의 생물학적 성숙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는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생명, 타인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조금 더 성장하는 계기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청춘과 함께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꾸는 굿라이프가 지금 당장에는 쉽지 않은 먼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를 분명 현실로 받아들이고 모든 세대가 노력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임을 깨닫는다면 조금 더 실질적인 노인 문제 해결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최현숙

구술생애사 작가. 천주교로 인해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서 노인 돌봄 노동에 몸담아왔다. 노인들을 만나면서 구술생애사 작업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다. 근간으로 경상도 산골 우록리 마을 노인들의 구술생애사 작업이 있고, 엄마와 아버지의 막바지 노년기를 지켜보며 기록 작업을 하는 중이다.

저서로 《할배의 탄생》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에세이집)가 있고, 공저로 《이번 생은 망원시장》이 있다.

 

정윤수

성공회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 편집위원과 오마이뉴스 논설위원을 지냈으며, 현대 도시문화와 인간적 삶의 가능성에 대하여 다양한 연구 및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해왔다.

저서로 한국의 도시문화를 취재한 《인공 낙원》과 인천의 현대사와 도시공간을 연구한 《노동의 기억 도시의 추억, 공장》 등이 있다.


이근후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자를 돌봤다. 퇴임 후 아내와 함께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하여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네팔 친선협회 부회장, 네팔 이화의료봉사단 단장 등을 맡고 있으며, 198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네팔을 찾아 의료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서로 《Yeti 네팔 국왕을 알현하다》 등 ‘네팔 문화 시리즈’와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가 있으며, 네팔 장편소설 《화이트 타이거》를 번역했다.

 


차 례

 

프롤로그 이해와 공감으로 조금 더 성장하는 계기에 대한 이야기

 

Chapter 1. 평등한 노년의 삶을 위하여

- 가족의 재구성, 관계의 재구성

 

01 가족의 변화 속 가족 구성원들의 변화

압축적 근대화 속 가족의 변화

개인 및 개인 간 관계의 변화

정상 가족과 다양한 가족

가족과 국가

청년들의 삶 - 2030세대

중장년의 삶 - 4060세대

02 차이에 따라 다양한 노년들

가난한 노인과 부자 노인

여성 노인과 남성 노인

농촌 노인과 도시 노인

03 살기 좋은 노년을 위한 ‘나이 듦’을 마중하는 시선

Q&A 최현숙에게 묻다

 


Chapter 2. 거대한 도시와 노인의 새로운 삶

 

01 세대 간의 단절

02 삶과 죽음에 대한 재인식

03 노인들의 고립과 자존

04 노인과 도시 공간

05 유럽 도시 공동체의 기억

06 노인의 삶 공동체의 기억

07 개인의 기억과 기억의 장소

08 슬픔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회

09 노인 세대 기억의 중요성

Q&A 정윤수에게 묻다

 


Chapter 3. 시니어가 시니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

 

01 반가운 010

02 Aging은 노인이 아니라 나이 듦이다

03 가장 젊은 나이와 가장 늙은 나이

04 생물학적 나이와 심리학적 나이

05 어떻게 살아 왔는가

06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07 스마트 에이징

08 먼저 간 시니어들의 간절한 소망

09 효자를 만들어 보세요

10 약속이 중요해요

Q&A 이근후에게 묻다

 

  

책 속에서

 


저희 가족의 경우를 살펴보니 51세인 막내 동생네가 가장 많은 짐을 지고 있더라고요. 양가 부모님이 네 분 모두 살아계시고, 대학생과 재수생인 두 자녀 때문에 교육비가 아주 많이 들어가는 나이 대예요. 60대가 넘어가면 자식들도 돈 벌 때가 되는 것이고, 부모님도 상당히 늙거나 돌아가셔서 짐이 좀 줄어드는데, 지금의 50대는 당분간은 위로 아래로 상당히 골치 아픈 세대라고 여겨져요. 물론 그 50대가 남매 중 몇째이냐, 경제력이 어떠냐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요. _ p57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영국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 6,200여 명을 대상으로 2002~2015년까지 추적 조사를 실시했어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가운데 가장 가난한 그룹은 가장 부유한 그룹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약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연구팀의 도리나 카다르 박사는 ‘생활 방식이나 전반적인 건강에서의 차이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노년기에도 사회, 문화적 기회를 더 많이 누리기 때문에 외부와 단절되지 않고 활발하게 교류를 하는 게 치매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어요. 빈곤과 질병의 상관관계는 노인들의 인지장해에서도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거지요. 또 하나, 여기에는 본인이 노인이거나 노인과 관계를 맺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제 부모도 그렇고, 인지장해 노인이나 상당히 노쇠한 노인과 대화든 운동이든 하면서 제가 끊임없이 염두에 두는 것은 ‘이 노인이 무엇을 못 하느냐가 아니라 이 노인과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느냐’에 마음을 두는 거예요. _ p86

 

오늘날의 노인들은 최소한 유년기를 농촌 공동체에서 성장한 세대입니다. 그들이 성장하던 무렵의 농촌 마을 공동체에서 장례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치르는 의례였습니다. 엄격한 절차 속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가 애도의 뜻을 강하게 드러냈습니다. 곡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했으며 아이들도 상여 앞에서 만장을 들고 죽음 의례에 참여했지요. 공동체 성원 모두의 애도 및 의례 참여, 자식과 친지들의 비통함의 격렬한 표출, 따라서 혼자 고독하게 죽는 게 아니라 공동체 사이에서 혈연관계와 다를 바 없는 성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떠나간다는 안도감,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의 뒷산에 묻혀 영면한다는 의식, 만약 그곳이 선영일 경우 앞서 간 조상님들의 발치 아래에 영원히 잠든다는 혈연적 의식 등이 존재했습니다. _ p130~131

 

그러니까 이제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에 대한 재인식, 너무나 긴 고령화 사회 속에서 어쨌든 활력 넘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인식 아래,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정형화되고 있지요. 노인은 친절해야 해고 옷 잘 입어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하고 동네 주민센터에 가서 각종 강좌도 열심히 들어야 하는 것처럼 어떤 ‘행동 규범’ 식으로 새로운 삶이 제시되는 것은 표면적일 뿐입니다. 아주 야박하게 평가하자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노년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소비 시장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_p178

 

누군가 “선생님은 스트레스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합니까”라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1초의 여유도 두지 않고 “산으로 갑니다”라고 했죠. 저는 산을 좋아하니까요. 그러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거예요. 저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던 경우가 있었어요. 따돌림을 당하면 어떻게 해볼 수가 없잖아요. 억울하기도 하고. 그래서 학교 운동장에 있는 포플러나무에 올라가서 실컷 울다가 마음이 가라앉으면 내려오곤 했어요. _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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