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3)

입력시간 : 2019-05-21 15:49:19 , 최종수정 : 2019-05-21 15:49:19, 이시우 기자

편집의 시작과 끝은 어디인가 (3)

 

사례 A를 통해 바라본 편집의 시작과 끝

그림책 작업에 대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다. A 그림책은 프랑스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의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책을 만들어 출간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크게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일단 주변의 반응은 좋았다. 책의 완성도를 여러 면에서 평가 했을 때도 뒤떨어지지 않았다. 책에 문제가 없다면, 그 나머지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에서는 각광받는 작가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 책이라는 사실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당시 내가 세웠던 대책은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같은 작가의 작품을 더 출간하여 시리즈를 만들고 마니아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과 작가의 작품과 작업 방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홍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로 수상을 한 작품을 두 번째로 출간하고 실험적인 작가관을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작품을 추가로 계약하여 출간했다. 더불어 작가의 작품이 아직 생소한 국내 독자들을 위해 그림책의 말미에 작품 해설(부모님께 드리는 글)을 실어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모든 그림책에 작품 해설을 넣는 것이 좋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때마침 한 기업체의 후원으로 그림책 전시회가 열리게 되었는데, 이 작가의 작품이 전시 목록에 포함되었다(작품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시할 그림책 중 몇 권을 골라 원화를 직접 들여와 함께 전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난 당장 그 일을 진행하고 있는 그림책 디렉터를 통해 도서의 마케팅 계획서를 작성하여 보냈다. 마케팅 계획서 안에는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부각시키는 콘셉트의 홍보 계획과 더불어 전시 기획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이 받아들여져 작품을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나중엔 에이전시 대표가 그 작품에 반해 아예 작품 몇 점을 장기간 임대하여 몇 번의 전시회를 더 진행하기도 했다. 그것이 기반이 되어 국내에서 그 작가의 인지도는 높아지게 되었고, 이후의 책들은 꽤 안정적으로 판매되었다.

 

그때는 그 일로 편집자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서 멈출 일이 아니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네 권이나 출간하면서 작업의 끝이 너무 짧았다.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재기가 넘쳤던 작가의 홈페이지를 한국어 버전으로 열었다면 어땠을까. 그중 일부를 북트레일러로 만들어 홍보했으면 어땠을 까. 다른 기관과 연계하여 저자를 초청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재활용품을 활용하여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 작가 노트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등등. 책을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알리고 작품을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외연을 확장했더라면 아마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

편집 경력이란 그런 것이다. 세월이 훌쩍 지나서 생각해보니, 지금 그 그림책을 다시 만든다면 분명 시작과 끝은 확연히 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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