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구성

입력시간 : 2019-06-11 13:18:32 , 최종수정 : 2019-06-11 13:18:32, 이시우 기자

가격 구성

 

도서와 관련된 미팅을 하던 중에 저자가 다음과 같은 푸념을 했다. 다른 출판사와 책의 정가를 상의하는데 저자는 그동안의 본인 공력과 원고의 특성상 3만 원이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출판사에서는 독자들의 가격 저항선을 고려하여 2만 7,000원이 적당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다가 결국 출판사의 의견대로 결정되자 저자가 다른 출판사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책의 정가가 3만 원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속앓이를 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처럼 책의 정가를 정할 때는 출판사의 손익은 물론 저자의 인세와 시장 상황까지 복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가장 먼저 원가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원가는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기 위해 희생한 자원을 화폐액으로 나타낸 것을 말한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보면 출판 기획에서부터 편집, 제작,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모든 재화를 기준으로 한다.

원가를 활용하여 손익을 알아보는 방식으로는 CVP(Cost-Volume-Profit) 분석을 들 수 있다. CVP는 변동 원가, 고정 원가와 같이 원가의 형태를 분석하여 생산 및 판매량의 단기적인 변화가 기업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손익 분기점(break-even point)을 도출하여 권당 공헌 이익과 총 공헌 이익률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변동비는 생산량 또는 판매량에 따라 변동하는 원가로, 세부 항목으로는 직접비를 들 수 있다. 이는 권당 제작에 들어가는 총비용으로, 직접 재료비와 직접 인건비를 의미하며, 제작 부수에 비례하여 변동한다. 또한 판매 관리비처럼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홍보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도 변동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생산량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고정비’라고 한다. 이는 제조 간접비라고 할 수 있으며 간접 재료비, 간접 인건비, 출판사 운영에 들어가는 임대료, 관리비, 물류비, 감가상각비가 이에 해당한다. CVP를 잘 활용하면 손익 분기점을 파악할 수 있고, 총 예상 매출액과 정가 대비 제작비, 매출액 대비 제작비, 보존율 등을 알 수 있다.

정가 결정은 단위 고정비와 단위 변동비를 산출한 후에 출판사의 목표 마진을 대입하면 된다. 예를 들어 2,000부 제작에 들어가는 변동비가 1,000만 원일 경우, 권당 변동비는 5,000원이다. 고정비가 1,000만 원, 이 책의 목표 부수가 5,000부일 때 권당 고정비는 2,000원이다. 고정비와 변동비의 합이 7,000원, 서점 유통 마진 40%, 출판사 이익 10%를 적용하면 1만 500원이 예상 정가가 되는 것이다.

단위 고정비와 변동비는 원가 분석을 통해 일률적으로 나오지만 목표 부수와 목표 이익률은 각 출판사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위의 예시가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권당 손익 분기점을 산출한 후 출판사의 매출 목표 부수를 설정하고 그 여부에 따라 이익률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도 경쟁 도서의 가격을 고려하여 시장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기준으로 산정하거나 쪽당 원가를 계산하여 하나의 정가로 산정하기도 한다. 마케팅 믹스 중 하나인 가격 전략은 상품의 매출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도서 정가제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출판계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어떤 사람은 책값이 비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싼 게 아니라고 한다. 피자 한 판에 3~4만 원이고, 치킨 한 마리가 1만 6,000원이 훌쩍 넘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책값이 절대 비싼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독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격 결정권은 출판사에 있지만, 때로는 독자들의 요구에 의해 정해지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가격 저항선’이라 부르는데 보통 단행본 기준으로 1만 원에서 1만 5,000원으로 본다. 필자가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년치 목록을 살펴본 바로는 평균 1만 3,000원 선이었다. 이는 아동, 문학, 인문, 학술 등 각 분야마다 다를 수 있다.

대부분 원가는 초판에 집중적으로 적용되므로 판매력을 초기에 집중하여 재쇄 이후의 채산성을 높이는 전략을 많이 구사한다. 이는 일반 단행본이나 베스트셀러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략이며, 이때는 시장의 가격 저항선을 고려하여 저렴하고 부담 없는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좋다.

 

독자층의 수요가 한정적이고 판매 기대치가 높지 않지만 확실한 구매층이 있을 경우에는 고가의 가격 정책으로 출판사의 손익 구조를 맞추기도 한다. 출판 불황의 장기화로 불용 재고 처분에 반값 할인이 이용되고 도서 정가제의 허점을 찾아 변칙 할인을 하는 출판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면서 오프라인 서점의 부도와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할인 정책이 단기간에는 출판사의 재고 처분과 현금 확보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익률이 저하되고, 책은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장기적으로 출판의 불황을 가속화하고 독자들의 불신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격 정책은 시장에서의 판매 촉진 전략으로서 이루어져야 하며, 마케터는 출판사의 수익 구조가 건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출판 마케팅 실전 전략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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