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죽음을 맞이할 그 순간까지 우리의 삶은 이야기로 구성된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좋아하고 누구를 미워하고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한 것들이 다 이야기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내가 상상해 낸 이야기가 있고, 다른 사람이 상상해 낸 이야기도 있다. 근자에 유행하는 넷플릭스의 드라마도 역시 이야기를 시청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이니 이야기가 없으면 드라마나 영화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야기에 살고 이야기에 죽는다.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가? 그럼 짧은 인생의 시간에 다른 것 하려고 애쓰지 말고, 사람들이 살아내면서 엮어낸 이야기를 읽자. 기왕이면 나하고는 조금 다른 색깔로 살아간 저 시대, 저곳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이 더 좋으리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자기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얻은 기쁨, 그 친구를 잃은 슬픔, 그로 말미암아 더욱 절감하게 되는 인생의 허무. 믿었던 아내의 배신 그러나 그 배신이 아내의 허물이 아니라 인간존재가 지닌 원초적 한계일 뿐임을 깨닫는 남정네. 떠돌이 장사꾼이 선행을 베풀고 잃었던 아들과 재회하는 이야기. 난리 통에 아내와 헤어져 시름에 빠졌을 때 어디선가 나타난 아내, 다시 알콩달콩 살아가나 알고 보니 그녀는 죽은 아내의 혼령이었더라. 그 혼령이 자기를 꽉 붙잡고 놔주지 않으니 결국 같이 저승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남주인공.
위에 소개한 것은 1624년에 출간된 <경세통언>이란 중국 고전 단편소설집에 실린 40편의 작품 가운데, 1편부터 10편까지다. 400년 전, 중국에서 이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을 모아 소설 총서를 낸 자가 있었다. 풍몽룡馮夢龍(1574-1646). 이 자가 이런 이야기들을 모으고 정리한 다음 40편씩 묶어 책으로 편찬했다. 이름하여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이다. 이 세 작품집을 3언이라고 총칭한다. 총 120가지의 이야기니, 이야기의 바다라 할만하지 않은가. <경세통언>을 김진곤이 1993년 중국의 강소고적출판사의 <풍몽룡전집>본을 근거로 완역하고, 차이나하우스에서 제1권 <경세통언1>을 먼저 세상에 내놓았다. <유세명언>은 이미 김진곤에 의해 완역된 바 있다. <성세항언> 역시 차이나하우스에서 출간 준비 중이다.
삼언은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와도 같은 방대한 작품집이다. 1624년이라면 셰익스피어(1564-1616)가 <햄릿>(1600-1601), <리어왕>, <맥베스>(1605-1606)를 발표한 지 각각 19, 24년이 지난 해다. 풍몽룡 역시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창작한 자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풍몽룡을 중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 시기도 서로 비슷하고, 이야기를 모으고 만들어내는 능력도 비슷하니 말이다. <천일야화> 역시 이 시기에 나왔다고 하니, 이 시기는 인류 역사상 이야기의 황금시대였던 모양이다. 아, 이웃 조선인들 역시 삼언을 수입하여 재밌게 읽었음은 물론이다.
저자: 풍몽룡
풍몽룡은 역사소설 〈열국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역작에는 단편집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단편소설총서 가운데 첫 번째로 〈유세명언〉을 김진곤이 1993년 중국의 장쑤고적출판사의 〈풍몽룡전집〉을 근거로 번역하고 민음사에서 출판했다. 〈유세명언〉에는 40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고 이번에 출판한 〈경세통언〉에도 40편의 단편소설이 있고, 이후 출판할 〈성세항언〉에도 40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따라서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 3개의 시리즈를 모두 합하면 총 120편의 단편소설이 된다. 이 시리즈는 ‘삼언(三言)’이라고 불리는데, 삼언이란 이름은 이 세 작품집의 이름에 ‘언’ 자가 들어있는 데에서 연유한 것이다.
마치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와도 같은 방대한 작품집이라고 평할 수 있으며, 셰익스피어(1564~1616)가 〈햄릿〉, 〈리어왕〉, 〈맥베스〉와 동시대의 작품들이다. 이렇듯 풍몽룡 역시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창작한 자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풍몽룡을 중국의 셰익스피어라고 칭하는 것 역시 그리 무리는 아닐 듯하다. 미국에서 2000년부터 2010년에 걸쳐 이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이 완역 출판되었다. 번역자는 양수후이(Yang Shuhui)와 양윈친(Yang Yunqin)이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에서 출판했다. 김진곤이 번역을 끝낸 〈경세통언〉과 〈성세항언〉을 마저 출판한다면 1620년, 이 단편소설총서가 세상에 나온 이래 세계 최초로 한 사람의 힘으로 오롯이 번역 출간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풍몽룡은 1631년, 쉰여덟의 나이에 단도현(丹徒縣)에서 현령의 속관으로 교육과 문화를 담당하는 훈도(訓導) 자리를 얻어 4년간의 훈도 생활을 마치고, 수녕현(壽寧縣)의 부현령으로 승진하였다가 1638년 예순다섯의 나이에 수녕현 부현령 자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 짧은 관직 생활 시기를 제외한 전 생애 동안 풍몽룡은 전업 작가 혹은 출판인으로 살았다. 그 인생의 소산이 바로 이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으로 이어지는 단편소설총서고, 열국지란 역사소설이다.
역자: 김진곤
1996년 서울대학교 중문과 대학원에서 「송원평화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역사 서사의 유형과 특질에 관심이 많으며, 중국 고전 서사를 우리말로 옮겨 우리 삶에 재미와 자양분을 공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 고전문학의 전통」, 「이야기, 小說, Novel」, 「강물에 버린 사랑」, 「중국백화소설」, 「도교사」, 「그림과 공연 - 중국의 그림 구연과 그 인도 기원」, 「유세명언」 등의 저서와 역서를 발표했다. 현재 한밭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01 유백아가 자신을 알아준 친구를 위하여 거문고를 부숴버리다
兪伯牙摔琴謝知音
02 장자가 물동이를 두드리며 도를 깨닫다
莊子休鼓盆成大道
03 왕안석이 세 번이나 소동파를 골려주다
王安石三難蘇學士
04 고집불통 재상이 반산당에서 한을 품다
抝相公飮恨半山堂
05 여대랑이 은을 돌려주고 잃었던 가족을 다시 만나다
呂大郞還金完骨肉
06 유중거가 시를 지어 황제의 눈에 들다
兪中擧題詩遇上皇
07 진가상이 단오절에 신선이 되다
陳可常端陽仙化
08 옥장인 최녕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여인과 사랑하다
崔待詔生死寃家
09 이태백이 취중에 오랑캐 꾸짖는 글을 쓰다
李謫仙醉草嚇蠻書
10 중서사인 전희백이 연자루에서 시를 짓다
錢舍人題詩燕子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