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을 위한 변명 (1)

입력시간 : 2019-07-19 14:05:34 , 최종수정 : 2019-07-19 14:05:34, 이시우 기자

편집장을 위한 변명 (1)

 

얼마 전 sbi의 특강에서 마주쳤던, 졸업을 앞둔 11기들의 눈망울이 떠오른다. 자신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출판사’라는 곳에 이미 다니고 있는, 그것도 아주 오래 다닌 나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한 편으로는 부담스러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은근 사랑스러웠다. 열정어린 인간이란 언제나 감동적이니까. 부디 그 눈망울이 1년 후에도, 5년 후에도 계속되어야 할 텐데.

6개월이나 되는 긴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이들이 어찌되었을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입사 후, 출판사의 저렴한 연봉에 눈뜨고,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사장의 출간방향에 넌덜머리가 났으며, 자신이 꿈꾸었던 저자와의 우아한 토론 업무 같은 것은 고사하고 끝도 없는 색인 정리나, 무료도판 서치, 결국에는 휴지통으로 사라질 제목안 잡기 같은 티도 안다. 편집장이 기획했어도 안 나가는 책은 안 나가고, 오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편집장 위에는 사장이란 존재가 버티고 있다.

날로 줄어가는 독서 인구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은 채, 뒤표지 카피 한 줄로 어떻게든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만으로도 고된데,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조차 희망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건 정말 헛헛한 일이다. 물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일흔 살까지 편집장을 한다고도 하고, 해외도서전 중에 만난 머리 희끗희끗한 편집자들을 보면서 뿌듯해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차피 다른 나라의 이야기일 뿐, 전혀 위로 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의,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의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신입으로 입사해 편집장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가늠해보자

수치만으로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출판사의 편집부 평균 인원을 5명으로 잡으면 약 20%의 확률. 자발적 이탈자까지 생각하면 확률은 더 높아진다. 기간은 평사원 3년에 대리 2년, 과장 2년, 팀장 3년으로 쳐도, 약 10년, 중간에 이직만 요령 있게 하면 1~2년 정도는 부족해도 그냥 통과, 그러고 보니 편집장 자리를 꿰차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처음 3년까지가 힘들지 그 이후 시간은 금방 흘러가지 않는가. 5~10년 차에 경력관리만 잘해 주고, 큰 굴곡 없이 버티기만 하면 자연스레 획득할 수 있는 것이 편집장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짧기만 했던 10년의 기간이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길고, 괴롭게 느껴진다는 게 문제이다. 막내 때는 직급만 있으면 만사가 편할 것 같고, 남들도 만만히 보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대리를 달고 보면 이 정도 직급으로는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아래 직원의 거슬림에도 잔소리할 용기까지는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장이 되면 어떤가. 출간해야 할 책의 난이도만 올라가고, 아래위로 치이다 보니 팀장이 될 날만 기대하며 인사발령에 목을 뺀다. 그렇다면 팀장은 만족스러울까? 뭐,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때마다 책임은 커지고 회의 때마다 깨지는 건 팀장이고, 사내정치까지 신경 써야 하며, 다종다양한 후배들까지 관리하려면 늘어나는 건 주름살뿐이다.

편집장인들 다르랴. 쥐꼬리만큼 커진 권한에 비해 책임은 기하급수적이다. 웬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는지! 게다가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는 건 또 다른 문제이다. 실력뿐 아니라 원만한 인간관계, 리더십, 회사와의 돈독한 신뢰관계, 여기에 체력관리(특히 시력관리)까지 뒷받침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출판사의 매출,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마당에 오랜 경력자라는 이유만으로 편집장 자리를 보존시켜 줄 출판사가 얼마나 될까?

그러다 보니 편집장은 매출 상승에 협조하지 않는 직원들에게 쌍심지를 켜야 한다. 편집장의 역할이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겠으나 어찌 되었든 그 출판사에서 출판되는 책의 총책임자이고, 때로는 인사문제와 매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자리이다. 신간은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니 출간 일정에 대한 압박은 기본이고, 마케팅 회의에서 엄한 소리 하는 직원들에게는 비수를 꽂을 수밖에 없다. 출간되는 신간이 서점의 좁은 매대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놓일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상황에서 되도 않는 기획안을 요식행위로 내미는 직원들에게 어퍼컷을 날리기는커녕 다독이며 격려까지 해줘야 한다는 건 너무 심한 고문이 아닌가! 그래도 허벅지 푹푹 찔러가며 인내 속에 기획회의를 마치면서 한소리 하고나면 이번에는 삼삼오오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높아진다. 오호통재라. 몸 안에서 사리가 송글송글 영그는 듯하다.

이렇다 보니 많은 편집자들에게 편집장은 하나같이 까칠하고, 사납거나, 워커홀릭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회식 때 출간 예정 도서 이야기를 꺼내 회식인지, 회의인지를 헷갈리게 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치더라도, 주말에 서점 SCM을 들락거리며 신간 판매를 체크하고 마케팅 직원에게 카카오톡을 날리고, 취미라곤 오로지 일하는 것밖에 없어 보이는 무미건조함도 놀랄 일인데, 법적으로 주어진 연차 쓰는 것에는 왜 그리 눈치를 주는지, 또 개인의 사생활 따윈 안중에도 없이 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공식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르라고 강요해대니 도대체 이해불가인 게 당연하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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