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직업이었던 교직에 최선을 다하였다. 교직은 나의 일생에 걸친 대부분의 세월이었으므로 나는 나의 인생에 최선을 다하였다고 자부한다. 나는 나의 교직의 휘날레가 빛이 났음에 엄청난 행복을 느꼈으며 수년이 지난 지금도 이때의 행복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거대한 행복의 보따리는 평생 풀어도 다 풀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나의 학교장 스토리가 성공의 신화요 감동의 드라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희(古稀)를 넘기면서 이 책에 시로써 상재(上梓)한다. 물론 이 밖에도 교육과 관련되었거나 나의 일생을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지게 한 것들, 즉 내가 자신과 싸우며 드디어 이겨내어 행복을 얻었던 사연들도 역시 시라는 장르를 빌어 이 책에 기록하였다. 한편, 일부 서사적인 사실들을 시로 만드는 것은 상징이나 비유 등 시적 변용(變容)면에서는 다소 충분치 못하여 통상적인 시다운 감칠맛이나 기교면에서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고시집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이런 소재로 쓴 시들을 많이 포함시켜 시집으로 묶었음을 이해하기 바란다.” - 시인의 말
주세훈은 이미 전에 발간한 시집 『바람은 다시 돌아와 말을 한다』에서, 그리고 본 시집 『풀잎을 스쳐온 바람』에서도 시제와 내용은 다양하지만 그 시상과 주제의식은 모두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살펴보았더니 주세훈의 시는 모든 시들이 긴 여운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여운이 다음 시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긴 여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시의 음율성보다 내재하고 있는 내용의 진지함과 충격, 그리고 파장이 이 시에서 다음 시로, 또 그 다음의 시로 이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주세훈의 시에서는 우리 시단의 보편적 아쉬움, 즉 짤막짤막한 단상(斷想)의 편린(片鱗) 같은 명멸성으로부터 과감히 탈피한, 지긋한 무게와 중후함을 만나게 된다. 바라건대 그가 더욱 노련의 경지에로 익어가면서 단테의 「신곡」이나 밀턴의 「실락원」, 타골의 「영원한 바닷가」와 같은, 아니면 미국의 롱펠로우(Longfello, 1807-1882)와 에반제린(Evangeline)같이 예언의 시를 통하여, 시대와 시대를 가로지르고 가슴과 가슴을 잇는 원대한 구상으로, 더 나아가 우주의 이편과 저편마저 꿰뚫는 통찰력으로 후세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불후의 명작 한 편을 남길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여 본다.
(주세훈 회고시집 / 보민출판사 펴냄 / 222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