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을 위한 변명 (2)

입력시간 : 2019-08-16 12:17:25 , 최종수정 : 2019-08-16 12:17:25, 이시우 기자

편집장을 위한 변명 (2)

 

소통의 방법을 잊어버린 채 서로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져버린 건 아닐까

개성 넘치는 파릇한 신입들과 어느덧 불혹을 훌쩍 넘긴 편집장들과의 간극은 나이만큼이나, 아니 나이보다 더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회식은 맥주 한 잔 없이 9시 전에 끝내는게 기본이고 그마저도 대부분 점심시간에 해치우며, 회의 때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업무지시는 대부분 메신저로 처리되며, 감정 표현은 이모티콘이란 편리한 도구가 있다.

직원간의 유대가 끈끈했다던 이 업계에 어느 순간 닥쳐온 이런 서늘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추정이 가능하지만 굳이 몇 가지만 골라보자면 이렇다.

첫 번째는 편집장과 신입 사이의 간극을 보완해 줄 든든한 허리인 5~10년 차의 경력자가 여러 가지 이유로 줄어들었다는 것. 이들은 선배에게 후배의 속마음을 전해주거나, 후배에게는 선배 대하는 요령을 은연중에 전수하는 다리 역할을 했다. 이들이 사라지면서 신입과 편집장은 서로를 이해 못할 종족으로 규정짓고 소통의 방법을 잊어버린 채 서로에 대한 기대치만 높아져버린 건 아닐까.

두 번째는 최근 10여 년 사이에 빠르게 변화된 출판 시스템이다. 출판은 오랫동안 생산방식에 거의 변화가 없던 업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업무환경이 전산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최근의 인디자인과 CTP 출력, 전자출판, SNS 홍보툴에 이르기까지 숨가쁜 변화가 큰 폭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맨투맨으로 하나하나씩 물어보며 도제식으로 일을 배웠던 편집장 세대로서는 자신이 그동안 공들여 배워왔던 업무 스킬들이 무의미해지는 상실감을 겪었고 많은 부분을 신입과 같은 입장에서 다시 배워야 했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신입들에게 예전만큼 업무로써 권위를 갖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은 아닐까.

세 번째는 출판의 가치관이나 편집정신의 상실 또는 흐릿함. 어떤 책을 만들고 출판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접근 보다는 얼마나 팔 것이냐가 훨씬 유의미해진 출판시장에서 더 이상 출판일을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는 존경받기 어렵다. 어떤 책으로 얼마나 팔아봤느냐가 그 편집장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시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가다듬고 매만져야 할 필요성도 사라졌다. 아무리 공들여 만든다 해도 판매가 반드시 따라주는 것도, 오래 팔리는 것도 아니다. 뚝딱 만들어 잘 팔리는 책이야말로 효자상품, 가성비 높은 기획자이다. 오자 한두개 따위에 잔소리해대는 편집장이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숱한 고난과 역경을 지나오면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편집장의 효용성은 매우 높다. 편집일이라는 것이 변수가 많고, 일의 범위는 넓고, 경험에 의거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선배의 뒤를 제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업무의 많은 부분을 손쉽게 익힐 수 있으며, 불필요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아쉽게도, 직장생활이 꽤 흐른 뒤에서야 깨

달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선배(상사)와의 관계의 중요성이다.

특히 신입 때 만난 선배와의 관계는 중요하다. 긴 직장생활의 훌륭한 멘토가 되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편집장보다 네이버 검색을 더 든든한 멘토라고 느낄 것인가!

이제 여러분 앞에 놓인 편집장, 까칠하다고 멀리 하지 말고 활용하자. 여러분이 고까웠던 만큼, 선배의 어깨 위에 올라서 더 멋지고 성격 좋고 후덕하고 후배들을 아끼는 편집장이 되면 된다. 이 책을 통해 다들 훌륭한 편집장으로 거듭날때까지 지치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길 바란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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