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 (우수진 저, 도서출판 책엔)

입력시간 : 2019-11-19 11:33:19 , 최종수정 : 2019-11-19 11:33:19, 이시우 기자



1. 출판사 서평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다가, 한낮에 청소를 하다가, 어둑해지는 저녁에 노을을 바라보다가 떠오른 소소한 철학적 사유와 더없이 일상적인 고민들

 

우수진 작가는 일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시선을 가감 없이 풀어낸다. 나를 없애버리고 싶게 하는 사건은 짧은 순간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시선 같은 찰나의 순간 말이다. 그런 순간에는 즉각적으로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상처는 가슴에 아로새겨진다. 그럴 때는 말문이 막혀 찰나적으로 설명할 기회조차 놓쳐버린다.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의 저자는 순간의 생각을 붙들어, 그것을 써낸다. 작가의 독특한 시선을 쫓아가다 보면, 독자는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한 가지 핵심으로 치닫게 된다.

 

‘인간은 순간의 느낌에 집착하면서 피로와 권태를 견디며 산다. 인간은 자신의 감각과 선입견으로, 특정한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재편집하고 재구성한다. 인간은 부정확한 정신세계를 가진 존재다.’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그런 인간의 전형인지 솔직하고 꾸밈없이 드러낸다. 인간은 원래 그렇게 늘 자기 확신이 부족하고, 뭘 하든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하는 존재다. 모두들 자기를 의심하고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면, 그런 자신의 어두운 면부터 인정하고 가야 한다. 그렇다면 자기 의심은 숨 쉬듯 보통의 일이 된다. 이로써 우리는 자신에게 들이댄 엄격한 세상의 잣대를 벗어 던지고 가벼워질 수 있다.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는 단숨에 책의 끝까지 이끌려 가며, 저자를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제 그 생각은 좀 떨치고 싶어.

언제까지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을래?

이젠 정말 지쳤어…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 반드시 무엇이든 써 내려가야 직성이 풀리는 작가. 끈질기게 머릿속을 휘젓는 것들을 철저하게 사적이고도 솔직한 태도로 끄적여야 떨쳐낼 수 있는 그는 때로 편집증이 강한 누군가처럼 보인다. 자신에게 함부로 대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전화번호를 당장이라도 알아내어 따져 묻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지극히 일상적이면서도 한없이 내 이야기 같은 소소한 글감들이 철학과 출신 작가의 감정과 손끝, 그리고 끈질김과 버무려져 한 꼭지, 두 꼭지 글로 탄생하기 시작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목적성을 지니는 것만 같다. 첫째, 내 이름을 달고 책을 출간하고 싶다. 둘째, 글을 쓰는 그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아픔이 치유 받고 싶다. 너무 지질하거나 매우 사적일 수 있는 이야기가 완벽하게 외부 세계로 밀어내지고,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어졌으니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두 가지 다 가진 사람이에요. 더불어 완벽하게 치유 받았어요.’ 이 책은 일상에서 나와 함께 당신이 치유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동네 친구랑 서늘한 바람이 부는 어느 오후 2시,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나누는 수다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2. 저자 소개

 

우수진

 

이 책에 적은 모든 글에 내가 있다. 매일 매일이 환상적인 날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인간은 착하게 태어나지도, 나쁘게 태어나지도 않는다. 다만, 부정적일 뿐이다. 인간은 실패를 기억한다. 좋았던 일조차 상실감과 아쉬움, 현재의 결핍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떨 때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때로는 불리하게 기억을 조작한다. 나는 가장 보통의 그런 인간이다.

 


3. 목차

 

여는 글 나는 완벽하게 치유 받았다

 

1장 나를 없애버리고 싶을 때

수건과 에이즈 | 죽지 못해서 살고 싶다 | 각티슈 뒤 은신처 | 나는 나를 모른다 | 한 치 앞도 모르면서 | 죽음에 대해서

 

2장 평균을 벗어나지 못하는 보통 인간

보통 인간 | 샤워 중 소변 논쟁이 불러온 생각 | 운전석에 앉아서 고개를 까딱거리니까 | 아파트 민원 | 살아보니 내가 좀 심했나, 쪽이 나아요 | 연인을, 배우자를 잘 안다는 착각 | 강의실에 앉아서 하는 공상

 

3장 자기 확신도 없는 의심덩어리가 될 때

그건 네 생각이고 | 실제 내 성격 | 첫 상담 후에 | 무표정 | 임신해도 마른 여자 | 자기 확신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 | 유명인들

 

4장 뇌가 나를 조종할 때

내 뒤를 쫓아와서 내 머리를 내려칠지도 몰라 | 생각의 추적 | 칵테일 파티를 보고 나서 | 날개 달린 애벌레 | 흐리멍덩한 정신세계 | 주도권 경쟁 | 숨처럼 쉼 없이 들락거리는 디폴트 된 것들 |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굴러가는 눈동자

 

5장 흰색, 검정색 말고 회색이 될 때

옳고 그름의 경계선 | 틀리다, 맞다의 기준 | 금기 | 햇볕만 내리쬐지 않았더라면 | 제가 죽여 드릴까요? | 직관적으로 | 말의 힘 | 쟤랑은 코드가 안 맞아 | 엔조이와 썸 | 나에게로 떠나지 않는 여행 | 그림자와 발자국이 싫어서 도망치는 남자

 

 

4. 책 속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화상을 입어서 나를 아는 사람들의 기억 속 얼굴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둘씩 그 얼굴에 익숙해지고, 그때부터 그 얼굴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차리는데 사용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는 그 얼굴이 나인가? 끊임없이 생각하는 마음이나 뇌가 나인 것 같기도 하고, 내 몸이 나인 것 같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본다면 나와 같은 체형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체지방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몸속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있느냐까지 일치할 수도 있을까? _ p31

 

자신이 강물에서 그 바구니를 꺼내어 당장 안아 올려 보살 펴주지 않으면 금방 죽어버릴 너무나도 연약하고 순수한 존재. 전혀 상관도 없는 테레자와 아기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 바로 은유다. 그냥 흘러가 버릴 보통의 순간이었다면 남자 는 조바심이 났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이 낯선 여자가 눌러 앉으면 어떡하지, 제때에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서 여기서 죽어버리면 내가 장례까지 다 치러야 하는 독박을 쓰게 되는 거 아냐? 아프다는 핑계로 내 집에 머무르면서 나에게 빌붙어 살려고 하면 어쩌지? 혹은 오늘은 이 여자가 너무 아파서 정신 을 못 차리니 잘 돌보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보내야겠다 같은 것들. _ p72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의 마음이지만, 그 평가라는 건 결국 한 인간의 짧은 생애 동안에 겪은 짧은 경험과 선입견에서 나온 것이다. 그 평가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우리가 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존재가 시시때때로 계속 변해 가는데, 그 변화 과정의 짧은 순간일 뿐이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한다는 것은 아주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니 남의 판단에 마음을 쓰며 매달릴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나는 그걸 잘 아 는 것 같은데도 남의 판단에 마음을 쓰고 매달린다. _ p119

 

내 마음은 언제고 습관적으로 방황에 빠질 준비를 하고 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이 아니다. 누가 보면 내가 마치 머릿속에 아무것도 없이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한다고 생각하겠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처 없이 쏘다니고 있을 뿐이다. 자기를 돌아보면서 잘못한 일은 반성하고, 그 반성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하는 건전한 시간이 아니다. _ p152

 

나에게는 직관적인 친구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직관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이 색으로 떠오른다. 이성적으로 따지려고 들면 직관의 힘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봐야지, 봐야지’ 하면 절대 안 보이고, 그냥 편안하게 있으면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보인다는 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훅 지나치는 찰나 같은 이미지다. _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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