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 피해자 보호의 범위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건 종결 이후에도 피해자의 주소와 생활권 보호, 재접촉 방지, 신변 안전 확보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성폭력·스토킹 피해자와 가족을 주민등록표 열람 및 주민등록 등·초본 교부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피해자의 주소 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을 줄여 추가 피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법률사무소 이엘 성범죄 피해자 케어센터의 차재승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에도 지속적인 불안 속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차 변호사는 "가해자 처벌은 사법 절차의 중요한 결과이지만 피해자의 안전이 확보됐다는 의미와 동일하지는 않다"며 "판결 이후에도 주소 노출 우려와 재접촉 가능성, 가족에 대한 피해 확산 여부 등을 걱정하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주소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범죄는 교제 관계나 직장, 학교, 지인 관계 등 기존 생활권 안에서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피해자의 거주지와 생활 동선이 알려질 경우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부 사건에서는 법적 절차를 이용해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 장치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차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에서 법률 조력은 고소장 작성과 증거 정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신변 안전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주소 노출 가능성, 연락 차단 필요성, 접근 제한 여부 등을 초기 단계부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일상을 이어가야 한다"며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지, 직장과 학교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지, 가족이 추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는지까지 살피는 것이 피해자 보호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차 변호사는 "이번 주민등록법 개정안 논의는 피해자 보호 정책이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피해자의 주소는 단순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안전과 직결된 정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