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서점의 책 권수만큼 다양한 저자들이 있다 (2)

입력시간 : 2020-01-08 15:36:38 , 최종수정 : 2020-01-08 15:36:38, 이시우 기자

세상에는 서점의 책 권수만큼 다양한 저자들이 있다 (2)

 

오래전 근무했던 대학교재 출판사에서는 저자가 거의 절대 ‘갑’이었다. 당시만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대학교재의 특성상 저자인 교수가 책을 쓰고 그 책은 그 교수가 강의하는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교수가 책을 쓴다는 건 어느 정도의 판매부수를 자동적으로 일으키는 구조였다. 특히 〔한국사〕, 〔경제학개론〕과 같은 교양과목은 학생 수가 많았고, 매년 정기적으로 판매가 일어나기 때문에 저자의 파워가 만만치 않았다.

당연히 저자에 대한 ‘~카더라’라는 통신이 횡횡했고 선배들에게 전설적인 체험담을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다.

예를 들면 어느 날 새벽에 저자인 A교수의 집 화장실 변기가 막혔는데, 수리공 대신 편집장에게 먼저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지금은 절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저자인 B교수의 집 이사를 하는데 출판사 영업자들이 가득하더라는 이야기(그때는 포장이사가 없었다), C교수가 추천해서 입사한 편집자가 이 회사에 몇 명이라는 이야기까지(그래서 내 이력서는 늘 찬밥이었던 걸까?).

나 역시 학생의 노트만 달랑 가져와서 책을 만들어 달라는 교수님 때문에 황당했던 기억도 있고, 교정지를 전해주어도 제대로 보지 않더니 책이 나온 다음에 찾아와 이런저런 불평을 늘어놓는 저자에게 상처도 많이 받았다(그때 띄어 쓰기로 나와 설전했던 교수님은 요즘 어찌 지내시는지…).

저자가 사무실에 방문이라도 하면 편집부장은 초긴장 상태로 접대를 했고, 식사자리에서 담당편집자는 입도 벙긋하기 힘든 분위기였다. 자연스레 저자란 가까이 하기 힘든 존재라고 여기게 되었고, 단행본 출판사로 이직한 후에도 한동안 저자 앞에서는 얼음이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물론 이후에는 친절하고 겸손한 저자 교수님들도 만나 작업할 수 있었기에 교수님증후군은 다행히 극복되었다.

 

반대로 실용서의 저자들은 함께 책을 만들어나간다는 기분을 흠뻑 느낄 수 있다. 한 분야의 길을 꾸준히 걸어와 자신만의 지식이 담긴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원고에 대한 자신감은 크지 않지만 대신 편집자의 조언에 적극 귀기울인다.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또 대단히 열정적이어서 해당분야를 종횡무진 누볐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된다. 책도 책이지만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는 편집자에게 다양한 삶을 간접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신선한 자극제이다. 다만 문장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원고를 편집자가 잘 만져야 하고, 끊임없이 피드백을 해야 좋은 원고를 만날 수 있다. 명성에 비해 원고는 허당인 경우도 꽤 있고, 성공했던 전작에서 썼던 내용을 곰탕처럼 우려먹는 저자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

 

편집자를 위한 출판수업

Copyrights ⓒ 북즐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시우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