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잎으로 다시 피고 싶어라 (고한종 저, 보민출판사 펴냄)

입력시간 : 2020-02-02 16:10:30 , 최종수정 : 2020-02-02 16:10:30, 이시우 기자





“시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정신의 양식이면서 동시에 구원의 등불이었다”

 

 

본 시집 「외잎으로 다시 피고 싶어라」는 특별한 기교나 어려운 낱말, 개념 등의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단어를 통해 사랑, 여행, 고향, 그리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 묘사나 난해한 구성 등도 없이 우리가 평상시 보고 듣고 접하는 모든 것을 소재로 삼고 있음에도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매력인 셈이다. 또한 흔하고 평범한 소재 속에서 끌어올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인의 발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 속에서 절절한 그리움을 끌어내는 묘사는 메마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을 커피 한 잔처럼 따스하게 데워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식사를 하고 치우고 TV를 보고 물건을 사고 잠을 잘 것이며,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인간관계에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내일이면 또다시 출근 지하철을 탈 것이다. 그렇게 쳇바퀴 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용기 있게 다른 삶을 선택하지 못하는 자신을 향해 한숨을 내쉴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겐 정말 시가 필요한지 모른다. 시인들은 삶의 갈피에 숨은 반짝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언어의 그물로 건져 올린다.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빛처럼, 시는 삶의 틈 사이로 찾아드는 작은 기쁨과 위안을 포착하여 우리의 눈앞에 펼쳐놓는다. 그래서 시를 읽는 한, 삶은 결코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비록 같은 일상을 반복할지언정, 시가 선물하는 순간의 반짝임을 담아가는 만큼 삶은 나아지고 충만해질 것이니까 말이다.

 

 


- 본문 詩 「쉼과 추억」 중에서

 

 

찔레향 가득 채운

초록 터널의 정상엔

미륵이 자리하고

그 아래엔

고요한 한려를 품은

나폴리가 반긴다

 

하늘과 물에도

뭉게구름이 있어

살가운 바람과 인사를 하네

묵은 추억은

나가는 돛에 띄우고

그리운 님의 소식은

갈매기 날갯짓에

가벼이 묻어오려무나

 

 

(고한종 시인 / 보민출판사 펴냄 / 126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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