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온전히 무엇이 되어 (원광해 저, 보민출판사 펴냄)

입력시간 : 2020-03-25 15:33:36 , 최종수정 : 2020-03-25 15:33:36, 이시우 기자


어린 시절 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오후, 창가에 앉아 펜을 잡으면 이상하게도 마구 글을 쓰고 싶어지곤 했다. 배를 움켜쥘 만큼의 가난은 없었지만 만족할 만큼의 행복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느꼈을 때, 그 대상이 하필 ‘나’라고 느꼈을 즈음, 그런 날은 그냥 창가에 앉아 햇빛 쨍쨍한 하늘만 쳐다봐도 눈물이 나곤 했었다. 누구나에게 한 번쯤 그런 날은 있었으리라.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서투르나마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추스르고 평생의 숙제처럼 나 자신에 대해 뒤돌아보곤 했던 것 같다. 일상이 아닌 일상을 대하는 방법, 그것이 나에 대한 유일한 위안이었고 흐느낌이었으며 해방구였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늘 그런 행복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불안함이 넘치는 건 나름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완벽한, 그리고 객관적으로 정돈된 자아 말고 내면에서 애써 감추며 살아가야 하는 들키기 싫은 불안함 같은 것이 늘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 일상 대부분의 고민은 행복에 대한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행복의 척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관점은 성공에 대한 것, 혹은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 믿는다. 돈이 많고 싶다는 욕심과 돈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큰 지향점은 같지만 짓누르는 무게가 분명 다르다. 사랑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여서 인연을 만나 행복하고 싶은 것과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허전함은 또 다른 것이다.

이렇듯 행복이나 사랑에 대한 고민의 방향이나 결론은 다 다르지만 결국 그런 명제들 끝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면서 참 많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곤 하는데, 아주 행복한 기분에서부터 아주 기분 나쁜 것까지, 믿음에서 배신까지, 사람이라서 느끼게 되는 행복과 좌절이 롤러코스터처럼 흘러넘친다.

그럼에도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분명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오늘이 나만을 위한 오늘이 아니라 내가 아는 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모든 이에게 똑같이 공평하게 주어진 행복이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떤 이가 있듯이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그런 희망과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누군가에 어떤 의미가 된다는 것은 내가 정의하는 완전함이 아니라 서로가 알 수 없어도 들판에 새싹처럼 돋아있는 파릇파릇한 희망이고 행복이리라.

 

(원광해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56쪽 / 46판형(127*188mm) / 값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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